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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치스러운글 Nov 12. 2019

활자와 영상의 차이

살롱문화에서 발견한 유레카

최근 나는 영화를 주제로 대화를 하는 모임에 한 번 참여한 적이 있다. '살롱문화'라는 것이 각광받으면서 나도 그 문화에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뜻밖의 생각을 얻게 되었다.

아니 발견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영화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취향에 호불호가 없이 무엇이든 잘 받아들이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좋아하는 영화의 장르가 무엇인지에 관해서도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좋아하는 영화 몇 가지를 뽑으라고 한다면, '미드나잇 인 파리'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해리포터 시리즈' 등의 것이었기 때문에 한 가지로 정의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리고 이 글은 나의 발견에 관한 한 가지 질문으로 이어진 대화를 옮긴 것이다.

모임의 장을 A라고 칭하겠다.

(이 날 토론한 영화는 휴머니즘 그리고 로드무비 종류의 영화였다.)


A- "주연님은(실제로는 별명을 사용했다.) 이 영화를 통해서 어떤 공감을 하셨나요? 그리고 이런 영화 중 다른 영화 추천해주실 만한 것이 있나요?"



나 - "이 영화에 공감되는 부분은 어느 정도 있었기는 한데 사실 저는 이런 영화 종류를 많이 접하지 않은 것 같아요. 추천이라는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A - "그럼 주연님은 어떤 영화 장르를 주로 보시나요?"



나 - "저는 생각해보니 감정적으로 공감이 될 만한 장르를 보는 걸 피하는 것 같아요. 영화를 보는 목적이 좀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영화는 많은 뜻을 담고 있지 않을수록 좋아요. 무겁고 진중해서 생각이 많아지는 영화보다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더 선호해요. 영화가 끝나고 정신없이 영화관을 빠져나갈 때에 자꾸만 생각이 나서 찝찝해지는 영화보다 정말 재밌었다며 가슴이 두근거리는 영화를 좋아하죠. 그건 제가 영상을 감정적 공감보다는 '간접경험'이라는 것에 목적을 두고 보기 때문인 것 같아요. 내가 보면서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상상한 어떤 세계를 직접 눈으로 보고 그것을 마치 실제처럼 느끼는 것에 관한 것이요. 실제로 어벤저스라는 영화를 통해서 사람들은 그 캐릭터가 진짜라고 믿고 팬이 생기고 배우들도 거기에 동화되잖아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도 그런 경우예요. 저는 그 영화를 보면서 제가 좋아하는 예술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음에 희열을 느껴요. 책이나 사진 속에서나 보던 그 예술가들이 어떻게 저녁을 보내는지, 그들의 언어는 무엇인지 등의 제가 알 수 없는 그 모습들을 감독의 상상에 기대어서 실제처럼 느끼는 것이죠."



A - "그럼 주연님은 감정적 공감의 욕구는 어디서 채우시나요?"



공감으로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궁금할 법했다.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대답했다.



나 - "저는 활자를 통해서 공감을 하는 것 같아요. 활자를 읽는 것, 즉 책을 읽을 때에는 저만의 상상력이 펼쳐져요. 저만의 상상과 공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이 글자의 장점이죠. 주로 책을 읽으면서 저만의 해석을 자유롭게 하기도 하고 저만의 페이스대로 읽어갈 수 있어요. 공감이 되면 얼마든지 그 페이지 안에서 머무를 수 있고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것처럼요. 영화관에서는 그게 안되잖아요. 그 자리에서 틀어주는 그 시간 속에서 갇혀있는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책은 나만의 여운을 끝까지 책을 덮고서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활자를 통해서 채우는 것 같아요."






얘기를 해놓고 보니 아주 그럴듯한 생각이었다. 그리고 조금 놀랐다.

이렇게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나에 대한 어떤 기준점이 발견된다는 것이 말이다.

마치 나는 그 날 아르키메데스가 욕조에서 유레카를 외친 것과 같은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마음속으로 외쳤다.


'유레카!'


당신의 생각은 무엇인가. 영상과 활자의 차이, 혹은 한 가지의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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