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치스러운글 Mar 19. 2020

극복은 빠를수록 좋아요.

'그’와의  대화 첫 번째,

1. '그 사람'과의 대화 첫 번째.

주말 아침, 열심히 핀터레스트를 뒤지며 이미지들을 구경하다가 푸른 바다 위에 서핑하는 여자의 사진을 보았다. 사진을 봄과 동시에 내 머릿속에는 요동치는 파도의 물소리와 그것이 몸에 맞았을 때의 짜릿함, 시원함이 느껴졌다. 일상의 소음도 기계음도 진동도 없이 물소리, 서핑보드에서 느껴지는 파도의 진동 같은 것들. 물을 무서워하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이었는데. 지금은 바다사진을 보고 바다에 빠져 수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니.

'그'에게 말을 걸었다.


____


 - 예전에 물을 무서워할 때는 서핑하는 사진이 되게 무서워 보였거든요. 저 사람들이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뭔가 용감해 보이기도 하고. 근데 수영을 배우고 나서 물이 좋아지고, 같은 사진을 봤는데 너무 평화로워 보이는 거예요. 서핑하면서 귀로 코로 물들어가고 힘들고 그런 느낌이 아니라 물 위에서 서핑보드 펼쳐놓고 둥둥 떠다니는 그런 느낌이 상상되니까. 같은 걸 봐도 사람이 극복하지 못한 것은 아무래도 더 무섭게, 다르게 빠르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극복하고 나면 이렇게 느리고 평화로운데.

극복할 거 있어요? 그럼 하루라도 빨리 극복해봐요. 그럼 또 무서운 무엇인가가 다시 평화로워지니까.


 - 뭐 그런 거랑 같은 건가. 왜 눈을 보면 예전에는 기분 좋고 막 환하고 그랬는데 미끄러져보거나 가득 쌓인 눈을 치워보고 나서는 눈 보면 막 쓰레기 같고 질퍽질퍽한 거 생각나서 막 안타깝고 그런 거?


 - 그런 거랑 달라요. 그건 안 좋은 기억이잖아. 극복은 부정적인 것을 탈피하는 걸 말해요. 그건 좋은 것에서 나쁜 것으로 갔으니 극복의 역행이지.


 - 음 그럼 나는 다시 눈에 대한 좋은 환상으로 극복해야겠네. 극복 좀 도와줘요. 눈 보러 가자.


____


극복은 빠를수록 좋다. 우리의 일상에는 수많은 극복과 극복의 역행이 반복되지만.

그 속에서 진정한 느림과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기를.



작가의 이전글 활자와 영상의 차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