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의 대화 세 번째.
3. 그 사람과의 대화 세 번째.
봄바람에 벚꽃잎이 흩날렸다.
이번 주가 지나면 조금씩 떨어져 버린다는 벚꽃들이 바람에 조금씩 흩어져 버릴 때마다 안타까우면서도
그 아름다움 때문에 넋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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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 벚꽃이 유난히 봄꽃들 중에서 눈에 띄는 이유는 저렇게 쉽게 흩날리기 때문일 거야.
나 - 벚꽃이 바람에 흩날리는 게 꼭 봄이 흩날리는 것 같다!
그 - 목련이나 개나리는 흐드러지다가도 땅으로 뚝하고 떨어져 버려. 지는 순간에 마치 따뜻함이 끝나버리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거야. 그런데 벚꽃은 이상하게 지는 순간에도 마치 종이 폭죽이 터지듯이 흩날리는 거야.
나 - 적당한 음악까지 있으면 꼭 눈 앞에서 드라마가 보이는 것 같은 효과가 있는 것 같아.
그 - 그래서 벚꽃이 특별한가 봐. 내 눈앞에서 드라마를 보여주니까.
나 - 벚꽃은 봉오리부터 설레게 만드는데 떨어지는 순간까지도 설레게 만드는 존재야.
그 - 벚꽃 같은 존재가 되자. 처음부터 끝까지 찬란한 존재가 되자. 모두에게는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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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창문으로 벚꽃나무가 보이는 풍경에 앉아있다. 모니터 너머로 보이는 아주 큰 벚꽃나무 옆으로는 축 늘어진 초록 나뭇잎을 가진 버들나무가 있다. 바람이 불어 버들나무의 잎들이 찰랑이면 곧이어 벚꽃나무의 벚꽃잎이 흩날린다. 벚꽃잎이 휘날리며 향기를 내뿜는 것 같다. 이 벚꽃이 언제 피는지 지인들과 내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시간이 흘러 벚꽃이 이렇게 만개를 했다.
이 벚꽃이 모두 다 흩어져 날릴 때까지 나는 봄을 잊지 못하겠지. 그리고 다시 여름을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