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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치스러운글 Feb 23. 2020

나 하나로 변하지 않는 것에 위안을

우울함에 얽매이지 마세요.

내가 불행하다 느끼는 순간들이 있었다.


자의로 인하여 혹은 타인에 의하여 나의 하루가 망가지는 순간들이 있을 때마다 나는 견디지 못하는 내 자신을 미워했다. 감정에 솔직해져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들에 이길 수 없어 미워하는 마음에조차 솔직해졌을 때 나는 더더욱 모든 것을 싫어했다. 밖을 넘어볼 여유가 없었다. 나는 언제나 창문 앞에 서있었지만 어떤 것도 기웃거리지 않았다.


요즘 푹 빠진 책을 조금 읽고 나니 여유가 생겼다. 아 이 작은 책 한 권에서도 여유라는 것이 나오는구나. 나는 이 작은 책에 적힌 활자보다도 더 많은 생각과 하루들을 살아왔지만 여유라는 것은 가지지 못했다. 기지개를 켜고 드디어 방의 커다란 베란다 창문을 넘어본다.


시끌벅적 수다를 떨며 무리를 지어 걸어가는 사람들. 유모차를 끌고 광장을 산책하는 사람, 강아지와 뛰어노는 아이들, 전화통화를 하며 바쁘게 단지를 빠져나가는 사람. 모든 것이 그대로. 내 방 앞에 서있던 나무도 이 시간이면 햇빛이 향하는 위치대로 그늘을 만드는 모습도 그대로였다. 내 마음이 불행해도 바깥은 여전한 것을. 나는 이 바깥에 살고 있다. 나는 이 세상에 거주하면서도 내가 있는 곳을 바라보지 못하고 내 안 깊숙이 어두운 곳에만 눈길을 돌렸었다.


막혔다고 생각될 때 그저 바깥으로 나가면 되는 것이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지루하지만 여전한 것들 사이로. 그냥 그렇게 지나쳤던 일상과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했던 평범한 정상의 범위로. 불행한지 행복한지 알 수 없는 나뭇가지 위 참새의 모습으로.


그리고 다시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바깥에서 걷는다. 추운 겨울에도 손에 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려움에 번갈아 잡으며 아 겨울바람이 참 차구나 느끼며 그저 걸으면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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