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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치스러운글 Apr 28. 2019

애틋한 나의 동생

애틋하고 또 미안한 오늘 밤에 너에게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잘 싸우지 않는 자매로 유명했다. 

나는 동생을 정말 좋아했고 동생도 이런 언니를 잘 따라다니면서 사이좋게 지냈다. 함께 지낸 시간이 25년이 되지만 크게 싸운 일은 열손가락 안에 드는 것 같다. 우리가 이렇게 사이가 좋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예민한 성격이었다. 그래서 부모님과의 트러블이 살짝 있는 기간이 있었고, 감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었다. 내가 감정적인 구덩이에 빠져있을 때마다 힘이 되어준 건 동생이었다. 부모님은 어쩔 수 없는 딸에 대한 걱정감에 말해 줄 수 없는 말들을 동생이 참 많이 해주었다. 동생은 감정적인 나와는 다르게 이성적이고 침착한 성격이기 때문이다. 그런 동생의 말은 내 가슴에 왠지 모르게 따뜻하게 느껴졌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왠지 찾게 되는 사람이었다. 


동생은 정말 착한 사람이다. 어릴 때부터 남을 챙기는 것이 자신을 챙기는 것보다 중요했던 사람. 가족이든 친구이든 본인의 불편함보다 다른 사람의 불편함을 먼저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누구나 알 듯이 그 끝은 본인의 상처만 남은 후회가 되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럴 때 동생에게는 내가 힘이 되어주곤 했다. 거절하는 방법, 무례하게 구는 사람을 대하는 방법 등을 알려주는 것이 나였기 때문이다. 동생의 인간관계 상처는 항상 내가 보듬어 주곤 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존재였다. 지금도 그렇다.

요즘은 동생에게 더 애틋하다. 애틋한 마음이 때로는 안타까움으로, 미안함으로, 거친 말로 나오기도 한다.

항상 상처받지만 다시 베푸는 모습에서도,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데 고민이 많은 모습에서도

예전의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해서 속상하고 안타까운 마음.

그런 마음들이 때로는 거친 표현으로 나오기도 하고, 답답한 모습으로 나오기도 해서 요즘 들어 말다툼이 잦아지고 있다. 말다툼 후 방으로 들어오면 언제나 후회되는 마음 뿐이다. 


부모님이 주말마다 별장에 가기 위해 집을 비우면, 동생과 함께 거실에서 강아지를 안고 자는데 함께 불을 끄고 누워있으면 언제나 이런 마음이 든다.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까?"


아직 우리는 젊고 빛나는 시간을 살고 있다.

언젠가 내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 본인의 삶에서 방황하는 동생에게.

더 멋진 삶을 위해서 치열하게 투쟁하고 상처받기도 하고 다시 일어서려고 몸부림 치는 나의 동생에게.

지금은 좀 힘들고 아리지만 언제나 그렇듯, 지금 이 때를 추억할 수 있는 날이 올거야.

자신에 대한 확신이 점점 떨어져가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믿을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없다는 걸, 그리고 너는 충분히 믿음직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꼭 깨닫게 되었으면 좋겠다.


힘내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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