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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치스러운글 Sep 16. 2020

애매한 나이 28살

재미없는 게 매력인 나이-

친구와 편의점에서였다. 찌는 여름 더위에 맥주 두 캔씩과 과자 한 봉지를 사두고, 따갑게 내리는 햇빛에 꿀꺽꿀꺽 맥주를 들이켜던 일요일 낮.


우리는 ‘28살이 얼마나 애매한가’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시 나와 친구는 모두 연애를 하고 있지 않은 때라 연애의 공허함과 회의감에 대하여 이야기했고,

아직 우리에게도 커리어 전환의 기회가 있는가에 대하여 이야기했고,

이제 최소한의 인원만이 남은 것 같은 인간관계에 대하여 이야기 했으며,

멋진 29살을 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28살은 뭔가 매력 없는 나이였다.

27살은 젊고 예쁜 느낌인데 28살은 뭔가 늙어버린 느낌이다. 29살은 서른이 되기 전 마지막 20대의 찬란함을 닮았는데 28살은 서른을 준비한다 하기에는 약간 애매하다. 서른은 멋진 느낌이 들면서도 28은 매력이 없다.


우리는 20대 초, 중반에

‘20대 후반에 들어서면...’

‘30살이 되면...’

등의 마음먹기나 생각, 다짐을 하곤 하는데

28살에 무엇을 할지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던 것이었다. 마치 우리는 그냥 이렇게 흘러 흘러 어느새 28살이 된 것만 같다.(그리고 그것이 사실이지)


애매하게 첫째와 막내 사이에 끼어서

사랑도 책임감도 덜 받는 둘째 같은 존재.


이제 나의 28살이 4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우리는 28살이 지나면 꽤 매력 있고 멋있는 29살로 넘어가겠지만, 친구와 나는 남은 28살을 평화롭고 고요한 방법으로 멋있게 살기로 했다.


28살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조금은 매력 없고 눈에 잘 안띄고, 그냥 스쳐 지나가는 듯한 나이더라도.

어쩌면 그래서 더 편안하고

그래서 더 내일이 기대되는 나이가 아닌가?


29살을 가려면 꼭 건너야 하는 잔잔한 돌다리 같은 나이.

재미없지만 그래서 편안하고 그래서 더 매력 있는 나이.


너도 언젠가 28살이 될 거야.

너도 언젠가 있었던 28살을 떠올릴 날이 오겠지.


27살보다는 성숙했고 29살보다는 어렸던 그때가!

그래서 아무튼 지금이 중요하다는 언제나 같은 주제로 귀결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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