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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치스러운글 Oct 17. 2020

작은 행복이 달달하다.

소.확.행 이라는 걸 내가 실천한다구요-

나는 내 하루에 작은 행복들을 조금씩 섞어놓는다.

그 작은 행복들은 아주 달달해서 먹다 보면

정신 차렸을 때는 이미 없어져버린 젤리와 같은 것이다.




- 퇴근길 단골 꽃집에서 화병에 꽂을 꽃을 사는 것을 좋아한다.

- 꾹꾹 눌러쓴 편지를 쓰고 받는 것을 좋아한다.

- 책 읽으며 마무리하는 저녁 시간대를 좋아한다.

- 우연히 본 플리마켓에서 산 귀걸이를 좋아한다.

- 창가 옆 줄지어 놓은 책들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 특별하지 않은 날 받는 작은 선물을 좋아한다.

-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누워있는 것을 좋아한다.




내 일상 속에서 느끼는 행복들은 대부분 이렇듯 작은 것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어떤 때에는 이것이 도리어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참 작고 소소한 일일 뿐인데도 이렇게 큰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 사실은 작은 것이 아니었다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이 작은 것이 없어지면 참 우울해진다.


그럴 때는 주로 없어진 작은 행복을 다른 작은 행복으로 덮어버린다.

퇴근길에 들린 꽃집이 닫혀있는 날에는 돌아오는 길 편의점에서 달달한 간식거리를 사들고 온다.

코로나로 비어버린 플리마켓 자리를 지날 때에는 옆에 있는 독립서점에 들른다.

선반 위 쌓여있는 내 책들 사이, 전남친이 아직 돌려주지 않은 나의 아끼는 책이 생각날 때에는 충동적으로 읽고 싶던 새로운 책을 구매해버린다.

그래도 우울할 때는 메모장에 글을 생각나는 대로 적고는 다음날 아침에 다 지워버리기.


작게 오돌토돌 난 얼굴 위 트러블들을 흔히 좁쌀이라고 하던데, 좁쌀은 화장으로도 잘 가려지지 않는다. 만지면 아프고 벌게진 여드름은 화장으로 옅게 만들 수 있는데 그 좁쌀이라는 것은 작은데도 톡 하고 튀어나와서 화장이 여간 두껍지 않으면 안 되는 것. 마치 큰 돌덩이는 징검다리가 되는데 작은 돌멩이는 돌부리가 되는 것처럼. 작은 것의 힘이 이렇게 크구나.


하루를 지내다 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모두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심지어 지갑에 있는 현금조차도 그저 종이 조각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확실히 작은 행복이 더 큰 행복을 가져다준다. 집에 가는 길에 그 종이 조각으로 붕어빵 하나를 사 먹을 수 있다면 그건 정말 행복한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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