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적부터 급식에 좋아하는 반찬과 싫어하는 반찬이 나오면 좋아하는 반찬을 먼저 먹는 아이였다. 맛없는 건 언제 먹어도 맛이 없으니 맛있는 거라도 제일 배고프고 따뜻할 때 먹자는 생각이었다.
지금 나는 싫어하는 것을 먹지 않고 좋아하는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아니 싫어하는 음식이 없어졌다가 맞으려나)
나는 이제 새로운 친구를 사귀지 않아도 되고, 마음에 맞지 않는 사람을 억지로 볼 필요도 없다. 먹고 싶지 않은 것을 먹지 않아도 되고, 입고 싶은 옷을 직접 사입을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밤늦게까지 함께 있을 수 있고 떠나고 싶다면 어디론가 떠날 수 있다. 그래도 되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왜 이상하게
마음의 여유는 더 줄어든 것 같지?
나는 20대 초중반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해도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 훨씬 좋으니까. 하지만 10대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 볼 것 같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카드 잔액이 충분하지 않았지만 매점에서 산 소시지빵 하나에 너무 행복했다. 부모님 눈치에 밤늦게까지 누군가를 볼 수도 없었지만 그래서 친구들을 만나는 내일이 기대됐다. 급식 메뉴는 복불복이어도 언제나 맛있었다. 이런 기분을 지금은 느낄 수 없으려나?
‘마음먹기 마련이겠지’라는 터무니없는 정답이 들리는 듯하다.
하고 싶은 걸 해도 되는 나이가 되어 자유를 얻은 대신, 책임도 무겁게 얻었다. 이제 누군가를 비난할 수도 없고 나 자신을 탓하기도 어려운 나이가 되었다. 누군가를 비난하기에 내 삶은 이미 너무 내 소유가 되어버렸고, 나 자신을 나무라기에는 내가 나를 너무 불쌍히 여기고 아낀다. 나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커질수록 나는 나 자신에게 예전 우리 부모님이 나에게 했던 것 같은 마음을 가진다. 내가 더 잘됐으면 좋겠고 늘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만큼 걱정이 늘어나버리는 듯하다. 어릴 적 부모님의 걱정과 보살핌이 이렇게 중요한 거였구나. 어른이 되어보니 이만큼 무거운 것이 따로 없다.
그래도 되는 나이가 되어버렸는데
뭘 그래도 되는지 모르겠다.
뭘 그래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