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기록들에 대한 기록
“바람은 여기 시베리아 데니소바에서도 무심히 불어, 이야기들은 바위와 얼음 사이를 스쳐 지나간다.
노크는 종종 이유 없이 잠에서 깼고,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말소리가 어둠 속에서 속삭였다. 그건 그가 아닌, 누군가의 오래된 외로움이었다.”
그날도 바람은 북쪽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와 들판의 풀을 쓰다듬었다.
짐승의 털과 바위의 살결을 따라, 그리고 어느 오래된 동굴 입구에 머문 채 멎었다. 그곳에는 네안데르탈인 여성 '울라'가 있었다.
단단한 어깨와 깊게 파인 눈구멍, 낮고 강한 이마를 가진 그녀는 오늘도 몸을 세우고 바깥을 응시했다.
저 멀리, 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늑대의 눈이 아니었다.
"저건 늑대 무리보다 더 조용해."
그녀는 중얼이며 창을 움켜쥐었다.
노크는 울라보다 더 뒤에서 어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데니소바인이다. 더 크고 더 멀리 보았으며, 말을 아끼고 조심스러웠다. 그는 나무 껍질을 벗기며 말했다.
"저들은 우리와 닮았지만, 눈에 칼이 있어."
울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불빛을 지켜보았다. 그 불은 규칙적이었고, 낯선 웃음 소리와 함께 타올랐다.
"피가 같지 않다. 이방인이다."
세라는 그 불빛을 향해 조용히 발을 옮겼다.
그녀는 울라의 딸이자 노크의 딸이었다.
혼혈. 그녀의 눈은 어머니의 눈보다 더 깊었고, 아버지의 눈보다 더 흔들렸다.
감정은 쉽게 흔들렸고, 본능은 더 날카로웠다. 손을 불 가까이에 대며 잠기는 버릇은, 울라도 노크도 이해하지 못했다.
키가 크고 날씬한 무리는 남쪽으로부터 왔다.
그들은 말이 많았고, 손을 자주 움직였다.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세라는 그 웃음을 오래 바라보다가 말했다.
"이건 싸우기 전 얼굴이 아닌데..."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세라는 웃음을 모방했다. 그 웃음은 어딘가 모르게 진짜 같지 않았지만, 그것이 마음을 녹였다. 그러나 울라는 달려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그들은 우리를 삼켜버릴 거야. 네 안의 것을 빼앗아가."
세라는 눈을 치켜뜨고 말했다. "그들은 내 그림자와 같아. 저들도 나고, 이들도 나야."
불빛이 흔들렸다. 감정도 흔들렸다. 세라는 새 인류중 한 명과 싸움을 벌였다. 그러나 그것은 싸움이라기보다는 충돌이었고, 감정의 화염이 더 치열했다. 세라는 울고, 웃고, 날카롭게 소리쳤다.
그 모든 것을 본 노크는 조용히 말했다.
"너는 저들보다 불에 가까웠다."
새 인류는 물러났다. 그들의 웃음은 멀어졌고, 불은 점차 사그라들었다. 세라는 말없이 불 옆에 앉았다. 바람은 그녀의 머리칼을 흔들었고, 돌 틈에 남은 불씨를 살폈다.
"나는 두 피를 마셨다." 그녀는 고개를 떨군 채 말했다.
자연은 말이 없다. 그러나 모든 것을 기억한다. 바위는 그들의 발자국을 기억하고, 불은 그들의 체온을 기억한다. 언젠가 그들은 사라졌지만, 그 안에 남겨진 울림은 아직도 흐르고 있다. 혼혈의 피, 감정의 불, 그리고 흐르는 강물처럼 얽히고 연결되어 어딘가에서 문명의 싹이 움트려 한다.
나는 바람이 되어 언제나처럼 방관자가 되어 그 모든 것을 스쳐 지나가며 봤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