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줄과 올가미
친애하는 요한 반 더 므헬렌의 기록에서.
3월,
작은 대학의 도시, 델프트의 아침은 고기 피 냄새로 깨어났다.
아버지는 항상 핏물 묻은 앞치마를 입었고, 나는 날마다 칼을 닦았다.
길드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도살자의 아들은 손을 씻어도 사람들의 기억 속 냄새를 지울 수 없었다.
클라라는 어느 날 갑자기, 아무 말 없이 나를 떠났다.
나는 하도 답답하고 뭘해야 할 지 몰라, 술을 마시며 바닷가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1595년 4월 2일,
반 아서호는 아무 말 없이 로테르담을 떠났다.
소금에 절인 듯한 회색 하늘 아래.
그녀는 오지 않았다.
선원들은 그 누구도 어느 누구를 기다리지 않았다.
6월,
골드코스트를 지나, 산토메섬에 닻을 내렸다.
흐린 하늘 아래, 바람은 방향을 잃었고, 바닷물은 고여 있었다.
적도 부근으로 갈수록 별빛은 흐려지고, 돛대 위로 이름 모를 새 한 마리가 날았다.
괴혈병은 맹렬하게 퍼져갔다.
붓기 시작한 다리는 마치 모래주머니처럼 무거웠고, 썩어 들어갔다.
검은 깃털의 새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7월 2일,
육지와 잠깐 닿았다.
나무들은 무성했고, 몇몇의 순박한 원주민들이 몰려 왔다.
말굽 하나와 칼 하나를 건네고, 우리는 소 한 마리와 양 두 마리를 샀다.
무역은 교환이 아니라 이해의 시작인 거 같다.
그들은 우리의 언어를 몰랐고, 우리는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8월 중순,
발악과도 같은 악천후를 뚫고 희망봉을 지났다.
희망봉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71명의 선원이 바다에 잠겼고,
우리는 그것을 ‘홀란드인의 묘지’라 불렀다.
그들은 유령이 되어 바다를 돌아 다닐 것이다.
배 안의 남자들은 점차 네덜란드어를 잊어 가고 있었다.
9월 5일,
인도양 초입은 예상과 달리 조용했다.
환대의 바다였다.
파도는 숨을 죽였고, 별들은 반쯤 가라앉았다.
우리도 반쯤 살아 있었다.
기억은 이끼처럼 피어났다.
선미 갑판을 닦고 있을 때, 나뭇결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아직도 그녀를 생각하나?”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반 아서호의 말레이 항해기 (2) 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