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아서호의 말레이 항해기(2)

홋줄과 올가미

by 김주영

6월 5일,


다시 긴 항해가 시작됐다. 남서 몬순이 돛을 팽팽히 당기며 배를 북쪽으로 끌어올린다. 하늘은 낮게 깔리고, 바다는 길게 출렁인다. 우리는 아프리카 동해안을 따라 모잠비크 해협으로 들어선다. 어디에나 해적의 위협은 여전하다. 수평선에 검은 돛이 나타날까, 선원들의 눈빛은 바람처럼 팽팽하다. 바닷새가 길게 따라왔다.



7월 4일,


풍요로운 섬, 잔지바르는 거대한 향신료 덩어리다. 계피와 정향이 부두를 가득 채웠고, 환각과 상아와 노예가 같은 시장에서 거래되었다. 같은 흑인들에 의한 노예시장은 아주 오래 전부터 형성되어 있었고, 대륙의 내륙에서 끌려온 흑인들은 이곳에서 팔려 나갔다. 이제는 상술이 좋은 아랍 상인과 포르투갈 상인들이 흥정을 벌였고, 항구는 활기를 띠었다. 우리는 곡물과 물을 보급하고, 몬순을 타려고 기다렸다.



8월 25일,


인도 서해안 고아에 도착했다. 고아는 이제 포르투갈의 거점이 되었다. 바스코 다 가마가 처음 도착했을 때 그 촌스럽고 허접한 선물에 인도 왕에게 모욕을 당했지만, 지금은 많은 것이 바뀌었다. 포르투갈의 깃발이 항구와 요새에 펄럭이고, 언덕 위 성곽이 포문과 함께 바다를 내려다본다. 향신료를 싣는 배들이 항만을 가득 메웠다. 우리는 항해를 계속하기 위해 세금과 수수료를 뜯긴 후 필요한 보급품을 실었다.



8월 30일,


계절풍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서둘렀다. 돛을 점검하는 손길이 빨라지고, 선원들의 시선은 바람의 결을 읽었다. 바람이 약간 돌아섰지만 아직 남서풍은 우리 편이었다. 때를 맞춰야 했다. 우리는 다시 돛을 올리고 바다로 나섰다.



9월 20 일,


좁은 해협에 들어섰다.

이곳은 포르투갈과 말레이 세력이 모두 노리는 물목이었다. 무장한 경비선이 드물게 보였다. 포르투갈은 이곳을 지키기 위해 요새를 세우고 병력을 주둔시켰다. 말레이 세력의 그림자는 여전히 남아 있었고, 그들중 일부는 자비심 없는 해적으로 전락했다.



10월 20 일.


말라카는 여전히 아시아 무역의 중심이었다. 향신료, 비단, 도자기가 항구에 쌓였고, 배들이 좁은 수로를 가득 메웠다. 포르투갈은 요새를 세우고 병력을 주둔시켰다. 세계의 향신료가 이 좁은 항구를 거쳐 간다. 붉은 옷을 입은 포르투갈 병사들이 요새에 서 있고, 말레이 상인들의 배가 얕은 물에 빼곡히 모여 있다. 우리는 물과 식량을 다시 보급받고, 마지막 여정을 준비한다.



11월 25 일,


수마트라를 앞에 두고 열대폭풍을 만났다. 파도는 하늘을 삼킨 듯 솟구치고, 바람은 돛을 찢으려 했다. 조류가 배를 휩쓸어 어딘가로 끌고 간다. 이 바다를 지배하는 건 바람이다. 계절풍이고 무역풍이다. 우리는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바람이 잦아 들어 이 바다를 무사히 건너게 해 주기를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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