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쿨라 고리

by 김주영

옛날, 폴리네시아 어느 바다에서, 바다의 고리가 섬들을 잇고, 섬들이 다시 사람의 마음을 잇던 시절이 있었다. 그 고리를 사람들은 쿨라 링이라 불렀고, 바람을 가르는 카누는 목걸이와 팔찌를 싣고 섬과 섬을 돌며 관계를 유지했다. 붉은 조개껍데기로 만든 목걸이는 태양을 대신했고 흰 조개껍데기는 달을 상징했다. 붉은 고리는 태양을 따라 시계로, 흰 고리는 달빛을 따라 반시계로 돌았다. 서로 다른 길, 그러나 바다 한 가운데에서 결국 다시 만나는 여정이었다.


붉은 조개의 섬, 카시와에 타누라는 청년이 살았다. 그는 조개껍데기를 갈아 목걸이로 엮는 솜씨로 이름이 높았으나, 아직 쿨라 항해에 오른 적은 없었다. 그의 아버지가 말했다.
“쿨라는 장사가 아니다. 그것은 약속이다. 파도처럼 돌고 돌아, 다시 네 손에 오는 것을 믿어야 한다.”


그날, 타누는 처음으로 쌍동선에 올랐다. 대나무로 엮은 돛이 바람을 품고, 파도는 무거운 심장을 시험하듯 치솟았다. 하늘은 변덕쟁이다. 아침의 잔잔한 바다는 오후에 칼날 같은 파도를 일으켰다. 타누는 돛줄을 움켜쥐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고리는 땀과 눈물로 잇는 것이다.”


긴 항해 끝에 도착한 섬, 므와투. 그곳에는 라이라가 있었다. 흰 조개를 깎아 팔찌를 만드는 여인. 그녀의 손끝에서 빛나는 것은 바다의 달빛 같았다.

쓸쓸한 밤, 두 사람은 파도 소리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라이라는 말했다.
“이 고리의 끝에는 누가 있을까?”
타누는 대답했다.
“끝은 없어. 그 고리는 바다처럼 끝없이 이어지니까.”


그들의 만남은 금기였다. 쿨라는 명예를 위한 것일 뿐 부유와 사랑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바다는 굳이 금기를 가르지 않았다. 별빛 아래, 라이라는 조용히 팔찌 하나를 타누의 손에 쥐여주었다.
“이건 아무도 모르는 고리야. 네가 잊지 않도록.”

타누는 붉은 조개 목걸이의 한 조각을 떼어 라이라의 머리카락에 매달았다.
“언젠가 두 개의 고리를, 같은 손에 걸게 될 거야.”

그러나 폭풍이 두 섬을 가르고, 의심이 그들 사이를 갈랐다. 쿨라는 다시 바다를 돌았지만, 두 사람은 다시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야기꾼들은 전한다. 언젠가, 바다 저편에서 두 개의 고리가 함께 흔들리는 모습을 본 이가 있었다고.
붉은 빛과 흰 빛이 한 바람 속에서 춤추고 있었다고.


섬 사람들은 오랫동안 믿어 왔다. 쿨라의 고리가 바다를 돌고 도는 한,

사랑도 끝나지 않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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