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줄과 올가미
그 때 바다는 적의 그림자를 품고 있었다. 흑해를 끼고 살던 사람들은 그것을 ‘적대의 바다’라 불렀다.
콧노래 흥얼거리는 젊은 리코스와 동료들이 탄, 긴 나무배는 바다를 미끄러지듯 달렸다.
파도 위로 흩날리는 소금기 너머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평화스러운 마을이 보였다.
순진한 마을에는 사내들이 자리를 비워 방어망이 허술했을 뿐이다.
오늘은 약탈의 하루다.
칼을 든 사내들이 뱃전에서 고함을 질렀다. 해안의 움막은 불길에 삼켜지고, 마을 사람들은 허둥지둥 산으로 달아났다.
리코스는 피 묻은 손을 내려다보았다.
오늘 또는 며칠간을 일용할 양식과 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바꾼 손이었다.
며칠 뒤, 또 다른 마을을 습격했을 때는 사정이 달랐다. 저항은 거셌고, 불화살이 밤하늘을 태웠다. 함께 약탈하던 뱃사람 친구들 몇이 쓰러지고, 배는 불에 그을렸다. 테온 선장이 낮게 중얼거렸다.
“이 바다는 우리를 밀어내고 있구나. 더는 칼로 길을 낼 수 없다.”
소문은 바람보다 빨리 퍼졌다.
그리스인들이 오면 마을은 닫힌 문을 세우고, 활을 당겼다. 환영 대신 돌과 활이 기다렸다.
바닷가를 떠돌던 몇몇의 사람들은 한 때 순진하고 평화를 추구하였으나, 이제는 그 수를 키웠고 거칠게 저항했다. 그들은 사르마티아인, 스키타이인들이었다.
리코스는 생각했다. 이 바다는 우리를 적으로만 기억한다.
어느 날, 폭풍이 함대를 삼켰다.
하늘은 칼날처럼 찢어졌고, 바다는 거대한 손으로 배를 움켜쥐었다.
갈기갈기 찢긴 돛, 부러진 노.
리코스는 간신히 파도에 떠밀려 한 모래톱에 쓰러졌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를 둘러싼 것은 칼이 아니라 사람들의 손이었다.
그들은 불을 피워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시켰다.
한 노인이 빵과 소금을 내밀었다.
불은 타오르지 않았지만, 리코스의 얼어붙은 가슴은 녹기 시작했다.
“너희는 우리에게 피를 남겼다. 이제는 빵을 나누어라.”
그날 이후, 그리스인들은 곡물을 얻기 위해, 그리고 목숨을 지키기 위해 교역을 시작했다. 흑해는 더 이상 Pontos Axeinos—‘적대의 바다’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그 바다를 Pontos Euxeinos, ‘환대의 바다’라 불렀다.
바다는 여전히 소금기와 바람으로 가득했지만, 이제 그 위를 건너는 길은 칼이 아니라 빵이 열었다.
환대는 가슴을 먼저 보이는 자의 손에서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