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수요일

나는 참 게으른 사람이다. 

여러 번 고치려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았지만 여전히 게으르다. 아니, 천성이 게으른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렇게 몇백 번째 또 다른 시도를 해보는 것이다. 

글을 쓰는 것만은 게을러지고 싶지 않았다. 

글은 내가 나를 바라보는 유일한 통로였기 때문이다. 

요즘은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 글을 쓸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글을 쓰지 않아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한 것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 글을 쓰는 게 어려워지기 시작했을까?

원래 나는 글에 있어서 바라는 것도 없었고, 해내고픈 것도 없었기 때문에 

언제나 날것이었고, 진실했고, 진심이었다. 

글을 그냥 쓰던 마음과 달리 글을 발행하려는 마음은 

글에 대한 내 진심을 옅게 만들어 쓰는 시간들을 방해해왔는지 모른다. 

비록 건질 글이 하나 없더라도, 

멋대가리는 하나도 없는 글일지라도

우스울 정도로 험한 글이더라도 진실과 진심만을 담는 글을 쓰고 싶다. 

그래서 연습도 없고 필터도 없고 단어를 고르는 고민도 없이 

그저 내 생각을 정말 정리 없이 이렇게 남겨본다. 

그리고 게으른 내 천성을 이곳에 <수요일의 기록> 이란 이름으로 꽁꽁 묶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