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하는 다섯 번째 새해를 맞이했다.
이십 대였고 혼자였던 나는
가족이 생겼고 삼십 대도 처음이 아니게 됐다.
너는 삼 개월밖에 안된 아깽이 었는데 어느새 사람 나이로 하면 나와 동년배가 되어버렸다.
함께 초를 불고 소원을 빌었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어떤 좋은 날이고 내가 평소의 어느 날 보다는
네 건강을 조금 더 바라고
네 행복을 배로 걱정하는 날이었다는 것은 느꼈겠지.
오늘도 어김없이 보일러가 가장 따뜻한 바닥을 찾아 드러눕는 너는, 새해에도 그 누구보다 나만을 생각하며 내 행복을 보장해줄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올 한 해도, 내년에도, 존재만으로 내 인생을 통째로 품어줘 따뜻하게 해 줄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하여 너는, 존재만으로도 한 해의 가장 큰 선물인 것이다.
네가 누울 자리를 뜨끈히 지질 보일러 값 따위는 절대 아깝지 않을 만큼 넌 나를 한 해 가득 사계절 내내 봄처럼 보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