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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윤 Nov 18. 2020

죽음에 관한 작고 초라한 마음


삶과 죽음의 경계는 참으로 얕고 기구하다. 

삶에서 죽음으로 가는 게 아니고 그저 삶이었다가 죽음이 되는 것이라고 하지만 

마음이 아프고 죽음에 연연하게 되는 것은 덜 깨달은 대부분의 인간이 가지는 짐일 수밖에 없다. 


보통 인간들은 본인이 경험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경험하지 못한 대부분의 것은 남들의 경험담을 듣거나 보고, 그것에 대해 짐작하거나 상상하고 생각하고 이야기하게 된다. 그마저도 유쾌하지 않은 경험의 경우 상상하려 들지도 않는다. 

죽음을 경험한 모든 사람은 이제 보거나 들을 수 없으므로 인간은 그 영역에 대해 더욱 말을 아끼게 되고 생각하지 않게 된다. 


어느 날은 죽음이 아득히도 멀게 느껴진다. 

매일매일이 지겹게도 계속되는 것 같고 죽음 따위는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 같은 날은 죽음이 바로 곁에 있는 것만 같다. 

나의 죽음뿐만 아니라 나의 모든 소중한 사람들의 죽음이 바로 그 곁에 있는 것만 같아 너무도 두려운 마음이 든다. 오늘 행하지 않고 내일 그 사람이 없어 후회하게 되는 일이 없었으면 하지만 그런 건 애초에 불가능할지 모른다. 내가 매일매일을 모두에게 신경 쓰며 살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나 자신에 집중하지 못하고 내일 내가 없다면 모든 게 소용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죽음은 때로는 삶을 대변하기도 하기에 마음이 더욱 아프다. 

죽음이 와야만 그의 삶을 제대로 되돌아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 내 마음이 너무 작고도 초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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