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물자판기
영화를 보고도 눈물이 잘 안나기 시작했다. 상상력이 떨어진 것 같다.
머리가 커버린 건지, 세상을 보는 눈이 편협해진건지, 못되져버린건지 웬만한 것을 보고는 쉽사리 불편해지기도 하고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는 능력이 줄어버렸다.
하지만 갈수록 드라마를 보고는 잘 울게되었다.
더 별거 아닌거에도 울고 계속 같은 걸 보고 울기도 한다.
드라마가 길수록, 여러번 봤을수록 많이 우는데
대단한 슬픔보다도 세월에 켜켜히 쌓아올려진 여러가지 감정들에 휘둘리는 것 같다.
특히나 애정하는 sex and the city 는 시즌이 여섯개나 되고
영화도 두편이나 있으니 내가 함께한 세월도, 감정도 수만가지가 넘는다.
영화1편에서 존이 마지막즈음 캐리에게 프로포즈를 하기 위해 무릎을 끓고
“Love of my life” 라고 하는 부분은 내 눈물자판기다.
드라마는 삶과 마찬가지다.
캐리와 존의 역사를 함께해온 나에게 그 대사는 비단 그 장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나온 수만가지 장면과 감정을 오버랩시킨다.
그래. 진짜 네 인생의 사랑이지.
납득해버리고마는, 눈물이 핑 고이고야 마는
그 사람의 인생의 별 장면을 다 함께해서
슬픈 장면도 마냥 슬프지만도 않고
기쁜 장면도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