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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블루 Feb 29. 2024

5.그와 나

나는 그에게서 웃는 법을 배웠고

그는 나에게서 웃지 않는 법을 배웠다


나는 그에게서 내가 조금 손해 보더라도

사람들을 끌어안고 포용하는 법을 배웠고

그는 나에게서 쓸데없는 관계를 맺지 않는 법을 배웠다


나는 그에게서 끝까지 사람들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법을 배웠고

그는 나에게서 무례한 사람들에게서

돌아서는 법을 배웠다


나는 그에게서 사람들과 눈 맞추며

다가가는 법을 배웠고

그는 나에게서 너무 많은 관심으로

매너 없이 다가오는 사람들을 경계하는 법을 배웠다


나는 그에게서 소스의 감칠맛과 함께 기쁨으로

음식을 먹는 법을 배웠고

그는 나에게서 심심한 맛의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며

먹는 법을 배웠다


우리는 그렇게

나는 그가 되어가고

그는 예전의 나처럼 되어갔다


서로가 닮아지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웃었고

서로 사랑스러워했으며

좀 놀렸고

안쓰러워했다


좀 더 좋은걸 주지 못했다는 마음에

가슴 한편이 살짝 서늘해지며

미안해했다


그래도 언제든 누군가 원하면 깊이 껴안으며

그 온기에 안심하며 다시 살아나갔다


우리는 그랬고

여전히 그러고 있으며

시간이 가도 그러고 싶다는 한 가지 바람 속에

신 앞에 오늘도 무릎을 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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