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 돌아온 아침엔
설렘과 두려움으로 일찍 눈이 떠진다
오늘은 새 나이를 맞이하는 첫날이다
나 혼자만 맞이하는 설날 같다고나 할까
일 년간 안고 있던 나이를 보내고
새 나이를 맞아들인다
잘 지내보자고 악수한다
아직은 어색해서
각자 다른 곳만 보고 있다
너는 어떤 일들을 가져와 나와 함께 한 해를 살아갈 건지
묻고 싶지만 초면에 영 실례인 거 같아
속으로만 생각한다
나에게도 묻고 싶은 게 많은 눈치다
다른 나이들과 지낸 세월이 듣고 싶지만
과거는 들추는 게 아니라는 둥
모르는 게 약이라는 둥
들어본 소리가 많아서 그러는지
잠자코 있는 듯하다
서먹한 척 안 하려고 괜히 등을 한대 툭 친다
'자 그러고 있지 말고 미역국이나 먹으러 가자고'
아침을 먹으며 너를 안고 잘 살아가자고 다짐한다
다음 새 나이가 올 때에
내 생애 최고였다는 말과 함께 너를 보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