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울 때는 무엇을 하시나요?
마음이 제자리를 못 찾고 허둥거릴떄는 어떻게 하시나요?
오늘 제가 그렇거든요
숨 쉬기가 조금 힘이 드네요
온도가 낮지도 않은데 추운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차를 한잔 내어 주시겠어요?
몸이 따뜻해지면 마음도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요?
음악을 좀 들을 수 있을까요?
느리게 지나가는 첼로연주가 좋을 것 같아요
이야기를 해보라고요?
글세요.. 할 수 있을까 모르겠어요
아주 긴 이야기라서요
시작도 못하고 목구멍이 뜨겁게 아파서 말을 못 할지도 모르겠어서요
사실 저도 이런 사람은 아니었어요
사람들은 저를 보고 그래요
사랑만 사랑만 받고 살아서 아픔이란 걸 모르는 사람일 것 같다고
눈물이라는 건 기쁠 때만 흘려본 사람일 것 같다고
그런데 말이죠..
사실 저는 깊고 깊은 슬픔을 늘 가지고 살고 있어요
그래서 기뻐도 정말 기쁠 수가 없고
정신없이 웃다가도 뱃속에 깊숙이 들어있는 슬픔이 '똑똑' 하고 노크를 하면
얼른 웃던 입을 가려야 한답니다.
무슨 말이라도 하니 좀 나아지는 것 같아요
당신이 주신 차 한잔이 뜨거운 목구멍을 타고 뱃속을 통과해 마음에 다다른 모양이에요
느리게 흐르는 첼로 연주가 제 등을 쓰다듬어 주는 것 같아요
잠깐만 눈을 좀 감고 있을게요
한낮의 꿈이 저를 잠깐이라도 다른 곳으로 데려가 줄지도 몰라요
꿈속에서 아기곰을 안고 들판에서 데구루루 구를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면 저는 정말 큰 소리로 웃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슬픔이 없던 때로 잠깐이라도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제 그만 가봐야겠어요
언젠가 저도 제 마음속 깊숙이 있는 깊은 슬픔을 꺼내 놓을 수 있겠지요
진정으로 환하게 소리 내어 웃을 수 있는 날도 오겠지요
그날이 오면 당신께 꼭 인사하러 올게요
그런데... 그날이 오긴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