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스블루 Jun 07. 2024

7.버섯고명이면 충분하다.

채식주의자는 아니다.

동물을 정말 끔찍이 좋아한다.

그럼에도 고기요리를 너무나 즐긴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기가 안 먹고 싶은 날이 있는 걸 알았다.


오늘은 고기가 싫다! 그런데 고기 고명이 필요하다. 그런 날은 고기대신 버섯을 꺼내 고기와 똑같이 조리한다. 소고기고명을 만들려면 기름이 적당히 있는 간 소고기를 쎈불에 볶다가 간장과 미림을 넣고 마늘도 넣고 달짝지근하게 설탕도 좀 펑펑 넣어주고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아끼지 말고 쫙 둘러주면 단짠의 환상적인 조합의 볶은 소고기가 된다.

요 볶은 소고기 고명은 어디에 올려 먹어도 어울리며 음식에 고급스러움을 더해준다.

잔치국수를 먹을 때도, 떡국을 먹을 때도, 김밥을 쌀 때도, 한 스푼 듬뿍 올려주면 호텔음식이 부럽지 않다.

싱싱한 생표고버섯을 얄팍하게 썰어 같은 양념으로 조리해 쓰면, 소고기 볶음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밀리지 않은 비주얼을 자랑한다.


동물을 좀 많이 만난 날이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아이의 방과 후 활동으로 인하여 농장을 방문한다.

그곳에 있는 수많은 집짐승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 아이들의 눈빛이 생각나 고기요리를 입에 넣을 수가 없다.

태어난 지 2주 됐다는 망아지, 화려한 깃털의 수탉을 보거나, '미스터 찰스'라는 멋진 이름까지 갖고 임금처럼 누워있는 흑돼지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날은 사철음식 실습 날이다.

그러나 사람의 망각은 심히 걱정스러울 만큼의 속도감을 자랑하는지라 다음날에는 가장 두꺼운 삼겹살을 꺼내 구운 보쌈을 해 먹는다며 흥분한다. 어제 만난 '미스터 찰스'는 내 구운 보쌈과 절대 상관이 없다는 듯이 말이다.


미국에 살게 되면서, 한국에서 살았을 때 보다 고기요리를 훨씬 많이 섭취하게 되었다.

고기요리를 먹은 날이 많아질수록 나의 체중도 같이 많아진다.

꼭 미스터 찰스 때문이 아니더라도 나의 건강을 위해서 일주일에 반 이상은 채식주의자처럼 살아보고 싶다.


노인이 되면 오히려 초등학생의 식습관을 가지라고 한다.

흰쌀밥에 고기반찬을 많이 먹으라고 한다.

대신 그전에는 통곡물과 채소를 주로 먹으라고 하니, '마시멜로 이야기 '처럼 현재를 참아내면 안 그래도 쓸쓸한 노년의 삶을 살아갈 때, 입안에서 즐거운 음식들로 인해 조금은 덜 쓸쓸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도 고기 먹기는 틀렸다.

'미스터 찰스'를 언급했으니... 버섯이나 꺼내야겠다.





이전 06화 6. 천군만마 즉석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