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스블루 Jun 01. 2024

6. 천군만마 즉석밥

좋아하는 일중 하나다.

집에서 즉석밥 만들기.

집밥을 많이 하는 편이라 집에 밥이 항상 있지만 그래도 즉석밥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밥이 애매하게 남아 식구 모두가 먹기에 조금 모자랄 때도 사용하고, 바쁜 스케줄이 있어서 밥까지 해가며 뭔가를 먹기엔 시간이 부족할 때도 냉동실에 얼려 두었던 즉석밥을 꺼내 계란을 부쳐 간장을 살짝 넣고 참기름을 듬뿍 둘러 한 숟가락 떠먹으면 그날의 스케줄을 소화하는데 든든한 배를 가지고 힘을 낼 수가 있다. 그리고 미국에 사는 특성상 일 하러 나가기 전 진한 음식을 먹을 수 없기에, 이럴떈 계란밥이 최고다. (우리 집에선 계란맘마라고 부른다^^)

요즘엔 즉석밥이 한국마트뿐만이 아니라 코스코와 일반 미국 그로서리 마켓에만 가도 쉽게 찾아서 살 수 있다.

그래도 집에서 즉석밥을 만드는 이유는 안 그래도 첨가물을 참 많이도 먹고사는 우리인데,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일로  첨가물을 먹는 일을  줄일 수 있다면 조금의 수고는 감수하자는 마음이다.

전기밥솥의 무압기능을 이용해 밥을 지으면 찰지지 않은 고슬고슬한 순 쌀밥을 할 수가 있다.

볶음밥을 해도 밥알이 붙지 않아 밥알 한 알 한 알에 코팅이 되는 정말 맛있는 볶음밥을 만들 수도 있고, 밖에서 사 먹은 미국음식으로 뱃속이 버터 범벅일 때 얼려둔 즉석밥 하나 꺼내 전자렌즈에 돌려서 짭조름한 꺳잎 장아찌나 조개젓을 척 올려 한 숟가락 먹으면 당황했던 뱃속이 차분해지며 내 마음 또한 유순해 짐을 느낀다.


살아가는 일이 '먹는 일'과 전혀 무관할 수가 없는 것 같다.

무슨 일을 하든 그곳에 '먹는 일'은 늘 함께 있다.

국가의 행사를 치러도 외국에서 온 사절단에게 어떤 음식을 대접해야 하는지가 정말 중요한 문제고, 초상이 나도 문상객들에게 대접할 음식의 상의가 꼭 들어가며 밤을 지새워 프로젝트 회의를 해야 할 때도 야식으로 언제 어떤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지가 밤샘 프로젝트 준비과정에 꼭 들어간다.

얼마 전 즐겨보던 프로그램  ‘건축탐구  집’에서 남편이 직접 집을 지었는데 그 공사기간 동안 아내가 천막을 치고 간이 부엌을 만들어 옆에서 밥을 해 날랐다고 한다. 사람 좋아 보이는 아내는 웃으며 밥 짓기의 고충을 토로했다.

옛말에 '집 짓기가 밥 짓기'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 말이 백번 이해가 되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아무리 뗴어내려고 해도 꼭 따라붙어 귀찮게 하는 동생처럼 '먹는 일'은 우리의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절대로 끝나지 않는 일이다.

또 얼마나 즐겁기도 한 일인가 말이다. 제 입에 맞는 음식을 입속에 쏙 집어넣는 일이란..


그래서 최대한 늘 신경 써서 '먹는 일'을 준비해 두는 편이다.

우리를 생명으로 이끄는 일이 귀찮아 천덕꾸러기가 되지 않도록 말이다.

잘 익은 김치를 준비해 두고, 젓갈류도 소분해서 얼려두고, 바쁠 때 가장 활약성이 큰 김과 계란도 냉장고에 채워둔다. 그리고 가장 든든한 집에서 만든 즉석밥이 떨어지지 않도록 늘 냉동고를 확인한다.


오늘은 오랜만에 차돌박이를 구워 매운맛을 뺀 아삭한 양파무침과 함께 먹고 즉석밥을 꺼내 남은 고기와 김치를 송송 썰어 철판에 볶아 든든히 마무리를 할 것이다.

식구들과 함께 볶음밥을 먹으며 일주일의 시름을 녹이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