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지났다. 노는 것도 힘들다.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분명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였고, 바쁘니 당연히 외식을 많이 했다.
달고 짜고 튀기고 기름진 음식들..
담백한 칼국수와 곁들인 짜고 매운 고춧가루 가득한 겉절이 (너무 맛있지 뭐..) 햄버거와 같이 반찬으로 먹는 소금범벅 감자튀김 (배고플 땐 이 짠맛이 얼마나 맛난 지) 기름이 절절 흐르는 갓 튀겨낸 탕수육과 그냥 짜장에 만족하지 않고 더 진하게를 외치며 간짜장을 시켜 갓 볶아낸 양파를 아작아작 씹으며 짬뽕국물을 들이켰다.
월요일이 되니 온몸이 쑤시고 뱃속은 더부룩, 입안은 개운치 않다.
그래서 월요일엔 된장찌개다.
된장을 참기름에 약한 불로 살살 볶다가 멸치육수를 붓고 끊이기 시작한 후 감자와 양파를 넣고 연둣빛 애호박을 숭덩숭덩 썰어 넣는다. 미리 간수를 빼놓은 두부를 넣고 마지막에 간 마늘과 파를 넉넉하게 넣은 후 고춧가루를 살짝 얹어 색깔만 낸다.
다른 반찬은 필요 없다.
속을 달래려 먹는 끼니인 만큼 밥만 뜨겁게 바로 지어 시원한 서울식 배추김치와 먹는다.
된장찌개 안에 들어있는 두부나 애호박을 건져 입안에 가득 넣어 본다. 고향의 맛이 뭔지 모르겠지만 이맛 일 것 같다.
밥을 먹고 나니 비로소 숨이 크게 쉬어진다.
눈도 크게 떠지고 잔뜩 솟은 어깨도 내려간 듯하다.
모든 일에 가장 좋은 건 밸런스인 것 같다.
잘 먹었으면 그다음엔 대충 먹고, 사람을 많이 만났다 싶으면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며 심심함을 즐겨본다. 운동을 과격하게 했다면 시체놀이도 필요하고 책을 너무 많이 봐서 눈과 머릿속이 아우성을 치고 있을 땐 자연으로 나가 푸르름을 흠뻑 들이마신다. 발목 운동도 앞으로 접었다 뒤로 접었다 하지 않는가..
정신건강은 밸런스만 잘 맞춰주면 걱정할 게 없단다.
밸런스가 맞지 않고 뭔가 too much에 노출이 되면 정신적으로 버티지를 못해 병이 나버린다.
그래서 월요일엔 된장찌개를 먹으며 나를 가장 안전한 곳으로 보낸다.
그리고 다음에 오는 요일들을 살아낼 힘을 낼 수 있도록 조용히 다독거려 준다.
뱃속이 편안하면 그래도 많은 일들이 그리 삐딱하게 보이지 않는다.
가자미 눈뜨고 옆사람에게 괜히 눈 흘기지 않도록 뱃속부터 토다토닥 해준다.
말에 가시가 붙은 사람을 만나거든 넌지시 물어보라..
"된장찌개 먹고 갈래?"
뜨끈한 밥을 먹고 난 그 사람은 아마도 언제 내가 그랬냐는 듯 눈이 반달이 되어 그대를 쳐다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