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 길상사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품은 사찰

by Cheersjoo

| 2018년 5월 22일 발행

| 이 내용은 원본의 수정 및 보완 버전입니다.



성모마리아 상을 닮은 길상사의 불상 ⓒ blog.naver.com/bok_ju/222574526169


부처님 오신 날, 작업실에 나와 오늘은 어떤 브랜드와 디자인을 공부해볼까 하다가 나름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바로,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서울 삼각산 자락의 사찰 '길상사'입니다.

사찰을 브랜드와 디자인 관점에서 이야기하자니 뭔가 이해 안가시겠지만, 스토리텔링이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 도시, 명소 등의 브랜딩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공유합니다.


길상사는 참 드라마틱한 연관 검색어를 많이 갖고 있습니다. '천재시인 백석', '자야', '기생', '국내 3대 요정', '법정스님', '1000억원의 시주', '무소유' 등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단어들은 서로의 의미와 시간을 사이에 두고 긴밀히 연결되어 지금의 독특하고 특별한 사찰 '길상사'를 만들게 되었죠.


여인 김영한은 일찍이 남편을 여의고 '진향'이라는 이름으로 열 여섯에 기생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 식당에서 천재 시인 백석을 만나게 되죠. 첫눈에 반한 둘은 그렇게 사랑에 빠지게 되고, 시인은 그녀를 '자야'라 부르죠.

하지만 '사별까지 한 기생'과 사랑에 빠진 아들이 이해될 리 없는 백석의 부모님은 강요와 압박을 반복하고, 결국 백석은 세 번의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며 자야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되죠.

일제침략기, 결국 만주로 가게 된 백석은 여전히 놓지 못하는 사랑 자야에게 동행을 권합니다. 하지만 자야는 그를 또한 깊이 사랑함에 그의 청을 냉정히 뿌리치고 기녀로서의 실력을 갈고 닦으며 큰 성공을 하게 됩니다.


가슴아픈 사랑과 외로움을 품은 채 크게 성공한 기녀 자야는, 잠시 한식당을 운영하고 그 식당은 추후 제 3공화국 시절의 '대한민국 3대 요정' 중 하나로 불린 '대원각'의 모태가 됩니다. 지금도 담 높은 부잣집들이 사방에 빼곡한 성북동 자락에서 승승장구하던 요정 '대원각'과 그 곳의 여인 '자야'.


하지만 자신의 굴곡많은 인생이 덧없음을 깨닫게 된걸까요? 어느날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접하게 된 자야는 그 글에 크나큰 감동을 받게 된 나머지 스님을 찾게 되고, 무려 7천 평 부지 1000억여 원에 달하는 대원각을 시주하게 됩니다. 물론 법정스님은 완곡하게 거졀하죠. 하지만 그녀의 진심과 바람이 전해진 걸까. 결국 대원각을 시주받은 법정스님은 그녀가 전하는 '길상화'라는 법명과 함께 작은 염주를 받아들고 이곳을 '길상사라는 이름의 사찰로 만듭니다.

1997년 12월 추운 겨울, 그렇게 요정에서 사찰로 변신한 '길상사'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다시 시작됩니다.


...


대부분의 브랜드나 디자인, 서비스, 명소 등이 그렇지만, 길상사는 지금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있어야 실제 방문했을 때 더 정확하고(?) 감동적인 감상이 가능한데요.

입구부터 자세히 보면 여느 사찰과는 무언가 다른 느낌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곧 만나게 되는 귀여운(?) 외모의 부처님 불상이 우산모양 나무아래에 좌불하고 있는 모습,

마치 계단처럼 좁고 길게 언덕을 따라 이어진 계곡과 작은 폭포들,

그 옆을 지키는 스님들의 자그마한 처소들과 계곡의 돌 위에 자연스레 놓인 부처상,

여느 오래된 사찰들과는 무언가 다른 세련된(?) 디자인의 연꽃 화분과 나무들,

그 유명한 법정스님의 얼마 안 되는 유품 및 영정, 나무의자가 있는 진영각,

그리고 이것이 과연 사찰의 보살상 맞을까 싶게 파격적인 디자인을 하고 있는 법종각 아랫길 '관세음 보살상' (실제, 불교가 아닌 천주교인 조각가의 작품이라 합니다. 아마도 유독 서로의 종교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깊은 불교와 천주교의 독특한 관계에서 비롯된 명작이 아닐까 싶네요.) 등...


한걸음 한 걸음 발길이 가는 곳마다 잠시 멈춰 꼼꼼히 느끼고 바라보고 감동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곳은 종교와 전혀 상관없이 하나의 문화유산, 하나의 감동적인 스토리, 하나의 훌륭한 역사적 브랜드의 가치를 품었기에 적어도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면 꼭 가볼만한 곳이라 생각됩니다.

저 또한 앞으로 마음이 복잡하거나 답답할 때 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특히 스토리텔링과 건축, 디자인 및 브랜딩에 관심이 많은 분들껜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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