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동력 공간
| 2019년 3월 12일 발행
| 이 내용은 원본의 수정 및 보완 버전입니다.
어제 3월 11일은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 8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 충격적인 장면이 뇌리에 워낙 깊게 박혀있어 엊그제처럼 생생한데,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네요. 그만큼 그날의 대지진은 일본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큰 변화를 함께 주었습니다.
그 변화 중 한 가지는 '단샤리'입니다. 단샤리는 불필요한 것을 끊고, 버리고, 집착하는 것에서 벗어나는 것을 지향하는 정리법을 말입니다.
동일본 지진은 그 여파가 워낙 커서 집안의 모든 물건들이 무너져 내리며 그로 인한 간접적 피해로 사망하거나 다친 사람들 또한 다수라고 합니다. 집이 무너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집 안에 쌓아놓았던 집기들에 깔리고 다치며 소중한 생명을 잃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이유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사회에서는 '꼭 필요하진 않아도 있으면 언젠가 쓸 것 같은',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은' 등등의 의미를 갖는 물건들을 정리하여 우리 자신에게 집중하는 삶에 대한 붐이 일어났습니다.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온 말이 단샤리이며, 그 개념과 이치를 배경으로 수많은 '정리', '비우기' 관련 서적, 콘텐츠, 드라마 등등이 일본 본토를 넘어 우리나라를 포함, 저 멀리 미대륙까지 퍼지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이러한 단샤리는 한 단계 더 나아가 환경, 대기오염이란 범지구적 위기와 함께 맞물려 '비전화'라는 개념까지 커져갔습니다. '비전화'란 전기 없이 산다는 말로 쉽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즉, 전기를 포함한 모든 화학물질들에서 벗어난 청정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일본 최고의 발명가로 손꼽히는 '후지무라 야스유키' 교수는 '일본 비전화공방'이라는 곳의 설립자이기도 합니다. 지난 2017년, 그런 그가 우리나라의 서울혁신파크와 함께 손을 잡고 건축 경험이 전무한 청년 24명을 선발하여 '비전화카페'라는 곳을 직접 짓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을 직접 지은 이유를 설명하자면 다시 인류 역사의 이야기까지 파고들게 되는데요. 쉽게 말해, 인류는 (건축 업자가 나타나기 전부터) 그동안 직접 집을 짓고 살아왔으며, 그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즉, 볏짚과 흙, 나무와 돌 등과 같은 자연의 소재를 기반으로 지은 집은 화학물질과 전기에서 자유로우며, 그러한 자유로움은 청정한 환경을 되살리는 데에 영향을 주고, 이러한 긍정적 순환은 전기와 화학물질 포함, 비우는 삶을 인류에게 다시 선물하여 결국 자연과 하나가 되도록 해준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 한들 전 인류가 선사시대의 청정함으로 돌아갈 순 없겠죠. 하지만 이러한 자그마한 움직임과 변화는 쌓이고 자리 잡혀 조금이나마 우리의 환경과 삶을 바꿔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신은 그야말로 진정한 트렌드 세터들을 중심으로 요즘 다시 붐이 일고 있습니다.
심플 라이프, 제로 웨이스트, 단샤리 등등의 건강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생활방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세련된 디자인의 힙한 카페에서 받아 들고 온 일회용 테이크아웃 컵을 자신의 아이덴티티인 양 두 겹으로 겹쳐 들고 다니는 사람들보다 더욱 트렌디해 보이도록 하거든요.
이 진정한 트렌드 세터들은 다시 돌아온 '비전화카페' 이야기를 통해 조우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 가면 우린 전기 콘센트를 전혀 발견할 수 없습니다. 그 흔한 휴대폰 충전도 불가능합니다. 뿐만 아니라, 그 안을 채운 비전화 정수기, 비전화 착유기, 햇빛 건조기, 비전화 커피 로스터기, 화목난로, 램프 등은 외딴 숲 속 오두막집이 떠오르게 하죠.
그리고 건물의 뼈대와 재료부터 그곳이 움직이게 하는 모든 동력과 도구들, 그 안에서 먹고 마시는 자연의 식재료들, 그리고 그러한 경험과 라이프 스타일을 통해 물리적, 화학적, 정신적 단샤리를 함께 추구하는 사람들 모두를 응축해 놓은 결정체가 되는 것입니다.
뿌리를 계속 찾아가다 보면 결국 우리 내부에 집중하게 되어 더 풍요로운 삶에 닿게 해주는 오늘의 단어들, 단샤리, 비우기, 제로 웨이스트, 비전화, 심플 라이프, 그리고 사람.
어렵게 들리지만 사실은 생활 속에서 작게라도 실천해 볼 수 있는 이 개념들을 시간을 내어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전, 그런 게 진짜 세련되고 트렌드를 앞서가는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 2023년 4월 현재, 비전화카페는 폐점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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