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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ersjoo Sep 25. 2023

126. 클래식 브랜드 시리즈 5

5편 : 문화 

| 2020년 9월 24일 발행

| 이 내용은 원본의 수정 및 보완 버전입니다.  



어느새 클래식 브랜드 시리즈의 마지막 특집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책과 공간을 다루어 '문화'라는 제목을 달아보았는데요. 


우리의 마음과 기억, 그리고 추억까지 브랜딩 하는 문화 속 클래식 브랜드들을 통해 브랜드의 또 다른 역할과 가치를 경험해 보세요. 


-


1. 범우사 '범우문고'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얇은 두께와 형태로 익숙한 '범우문고'는 동명의 출판사 범우사가 출간하는 문고판 서적입니다. 한국판 펭귄 문고라 할 수 있지요. 


이러한 범우문고는 1976년 3월부터 출간한 '에세이 문고'와 '소설 문고'를 더해 시리즈로 만든 것인데요. 작고 가벼운 포맷과 저렴한 가격의 바탕 위에 다양한 수필을 선보여 1970년대엔 특히 학생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또한 그림 없이 글씨만 크게 넣은 표지 디자인으로 작품을 빨리 고를 수 있도록 했고요. 


하지만 8, 90년대를 넘어서며 한국의 출판시장은 단단한 재질의 표지와 그럴싸한 디자인, 양질의 속지로 구성된 양장본을 중심으로 돌아갔습니다. 조금 비약하자면, 책을 '읽기'보다 '보기'에 집중한 것 같은 형태였지요. 그래서 범우문고가 가진 문고판으로서의 특색은 가끔 시대에 뒤떨어진 올드한 책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독립 서적을 중심으로 다시금 문고판이 부활하고 있으며, 그와 더불어 한국의 오랜 그리고 대표적인 문고판인 범우문고 또한 주목받고 있습니다. 


청소년 시절 책꽂이에 한 권쯤은 꽂혀있던 얄팍한 바로 그 책 범우문고. 지금껏 함께 하니 다시 한번 꺼내어 읽어도 좋은 양질의 서적입니다.  

  

범우문고 ©범우사




2. 영양센터 

많은 이들의 추억 속에 자리 잡은 외식장소인 명동 영양센터. 이곳은 1960년에 개업한 통닭 & 삼계탕 전문점입니다. 특히 전기를 이용한 구이 방식을 최초로 도입하여 담백하면서도 바삭한 통닭을 선보였죠.  


사실 그전까진 꼬치에 닭을 꽂아 굽는다 하면 장작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곳은 전기를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간혹 장작의 불 맛이 없는 그저 그런 일반 통닭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맛은 상상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게다가 이곳의 명성이 얼마나 높았으면 이곳에서 결혼식 피로연까지 했을까요. 4층 건물을 모두 사용할 만큼 인기 있었던 것은 물론이고요. 

명동을 지켜온 또 하나의 대표적인 외식 공간인 '명동 칼국수'와 더불어 여전히 자신만의 존재감과 맛을 이어오고 있는 근거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편, 또 다른 차별점이자 인기 요인을 꼽자면 그것은 닭의 살맛을 극대화하는 조리법이라 할 수 있는데요. 즉, 튀김옷 등과 같은 별다른 첨가 없이 전기의 열로 직접 구워 담백하고 고소한 통닭의 맛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영양센터는 전기구이 통닭 이외에도 베이비 치킨, 갖가지 맛의 삼계탕, 점심 세트메뉴 등 다양한 메뉴를 끊임없이 업데이트하고 유지하며 우리 곁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제는 퇴근길 아버지가 사다 주시는 종이봉투 안의 통닭과 같은 운치가 먼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그 어떤 치킨도 따라 하기 힘든 추억의 맛만은 앞으로도 영양센터가 지켜가길 바랍니다.   

영양센터 © https://blog.naver.com/sangeuni1234/221641962708




3. 속초 '동아서점'      

검색창에 '속초 여행 코스'라고 치면 심심찮게 등장하는 서점이 한 곳 있습니다. 여행코스로 서점이 등장할 정도라니... 대체 어떤 곳인지 궁금증을 유발하기 좋지요. 


1956년 개업한 속초 '동아서점'은 원래 동아일보사 속초 지구의 기자인 김정록 씨가 시작한 '동아문구사'였습니다. 일반 서적보다는 잡지 정도를 몇 권 다루던 학용품, 체육용품, 문구 중심의 공간이었죠.  

동아서점 © https://blog.naver.com/sangeuni1234/221641962708

하지만 문을 연지 10년 만인 66년에 지금의 '동아서점'으로 그 형태를 바꾸어 책만 파는 서점으로 변화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출판사의 대리점과 지역총판 역할을 하며 승승장구하기 시작했죠. 


80년대에 이르러서는 아들 김일수 씨가 운영을 맡게 되고, 약 2년 후 아내로 맞이한 최선희 씨와 함께 가족경영을 시작합니다. 그러한 80년대는 참고서 호황기였습니다. 높이 쌓아둔 참고서를 파느라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일할 정도였죠. 


90년대에 이르러서는 월간지와 만화 주간지 호황에 힘입어 약 500군데의 출판사와 직거래할 정도로 잘 나갔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서점 등이 본격적으로 뜨기 시작한 2005년부턴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했고, 그 후 10여 년을 겨우겨우 버텨오지만 결국 존폐를 고민할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결국 부부는 2015년에 세 아들 중 막내인 현재의 사장에게 합류를 권유하게 되고, 그는 불과 몇 년 만에 동아서점을 여행지 리스트에 올릴 만큼 독자적인 브랜딩을 해냅니다.        


사실 동아서점은 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과 대대로 가족경영을 이어왔다는 것 외에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평범하고 꾸준한 가치를 세상 밖으로 꺼내어 그 자체를 최고의 브랜드 가치로 만들어냈고, 고객들 또한 그것을 알아보며 특별한 서점이 거듭났습니다. 

서점 안의 인테리어와 배경음악 등을 바꾼 것 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동아서점만의 오랜 시간이 주는 꾸준함의 가치. 그것은 그렇게 클래식 브랜드로서의 충분한 자격이 되었습니다.  




| 이런 분들께 이 뉴스레터를 강추합니다! |

+ 그동안 궁금했던 클래식 브랜드의 이야기들이 알고 싶은 분들

+ 우리의 추억에까지 영향을 준 문화 브랜드들을 더듬고 싶은 분들 

+ 세월의 변화에 따라 함께 달라지고 유지된 브랜드들이 궁금한 분들 

  

| TAG |

#클래식브랜드 #범우문고 #영양센터 #속초동아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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