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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ersjoo Oct 18. 2023

135. 이대명과&내자땅콩

옛날 과자의 두 가지 해석

| 2020년 12월 31일 발행

| 이 내용은 원본의 수정 및 보완 버전입니다.  



‘센베이’라 불리는 옛날 과자 ‘전병’을 만드는 두 곳, ‘이대명과’ 그리고 ‘내자땅콩’. 이 두 곳은 비슷한 역사를 배경으로 같은 제품을 팔지만 서로 상반된 브랜딩으로 현재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같은 듯 서로 다른 두 브랜드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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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센베이와 전병 

‘옛날 과자’, ‘전통 과자’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는 ‘센베이(전병)’. ‘센베이’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로 유입된 일본 과자입니다. 그것이 한국식으로 변형, 발전, 유지되며 지금의 맛과 모습이 되었지요.   


하지만 최근엔 그 변형, 발전, 유지의 방법이 크게 두 가지 노선을 따르며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 기준은 ‘옛날’과 ‘전통’이라는 핵심 아이덴티티의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가 됩니다. 즉, 하나는 ‘현대화된 고급스러움’으로, 또 하나는 ‘있는 그대로를 지켜가는 전통의 유지’로 해석됩니다.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상반된 해석을 각각 대표하는 두 곳의 전병 과자 가게(브랜드)를 소개하겠습니다. 전통을 현대화하고 고급스럽게 발전시킨 부산의 ‘이대명과’, 그리고 오래된 가게 간판과 과자 굽는 기계마저도 쉬이 바꾸지 않고 유지하는 서울의 ‘내자땅콩’입니다. 




2. 시대 맞춤형 전통, 이대명과

이대명과는 6.25 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4년에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현재 이대명과를 이끌고 있는 김남호 대표의 아버지인 김정기 옹이 일본 과자집에서 전수받은 맛과 기술로 서울 노량진에 첫 가게를 차린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과자를 만들 수 있는 기계를 개발하는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돈벌이보다는 장인정신에 집중한 김정기 옹의 고집 때문이었죠. 


그러한 이유로 현재의 대표인 김남호 대표는 어린 시절 내내 가난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열두, 세 살 무렵부터 아버지의 엄격한 가르침 하에 일을 배웠지만 가난은 대물림되었죠. 


결국 김 대표는 가게까지 물려받았음에도 결국 가게 문을 닫고 2002년에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그 지긋지긋하던 전병이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고는 같은 해 다시 가게 문을 열게 되죠. 그리고 이 시작은 60년이 훌쩍 넘는 이대명과의 그전과는 다른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 후 이대명과는 현재까지 부산에만 10곳 이상의 매장을 열었습니다. 그 배경엔 아버지에게서 배운 고집이 있었습니다. 지긋지긋했던 그 장인정신이 결국 문제를 풀 수 있는 키가 된 것이죠. 김 대표는 손수 모든 반죽을 직접 하며 맛과 질감을 유지, 관리하고 재료 또한 여전히 천연재료만을 고집하며 전병의 본질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대명과 매장들©이대명


그리고 여기에 현대적이고도 고급스러운 브랜딩, 디자인 전략을 중심으로 젊은 세대들까지 공략하며 부산의 명물 먹거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현대화, 고급화 전략은 예상을 적중했고 고리타분한 맛과 모양의 옛날 과자가 아닌 오래되어 더 고급스러운 우리 과자로 인식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대명과 캐릭터©이대명


특히 종이를 붙여 만든 봉투에 여러 가지 맛을 섞어 담아주는 추억의 포장과는 달리 깔끔하게 소분하고 조합하여 선물 세트로 만든 상품은 부산을 찾은 관광객과 온라인 고객들에게 이대명과의 새로운 콘셉트를 전하는 대표적 상품이 되었습니다. 

이대명과 디자인©이대명


3. 전통 그대로의 모습으로, 내자땅콩  

한편 서울 경복궁 옆에 위치한 ‘내자땅콩’은 서울시에서 지정한 ‘오래 가게’의 한 곳일 만큼 시간의 흐름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전병 가게입니다. 간판도 요즘의 그것처럼 세련되지 않고, 유리 안으로 쌓여 있는 전병들도 시간이 멈춘 듯 옛날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내자땅콩 외관©내자땅


직장 생활을 하다 아버지의 가게를 물려받기 위해 직장을 그만둔 아들 김남호 대표는 현재 내자땅콩을 이끌어가고 있다. 낡고 오래된 가게 안 기계에서 이곳의 주력 상품인 땅콩 전병을 굽고 있는 아버지와 함께 과자를 포장하고 손님을 맞이하며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죠. 

내자땅콩 사장 부자©내자땅콩


특히, 한 가지 반죽이 기계에 들어가면 그것을 다 소비할 때까지 다른 과자는 만들 수 없는 기계의 특성상, 그나마도 몇 가지가 되던 전병들을 제외한 채 땅콩 전병을 주력으로 하는 등의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내자땅콩의 새로운 디자인들©내자땅


이러한 점들은 내자땅콩이 전통을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분점도 없고 세련된 인테리어와 기계, 예쁜 포장과 디자인도 없지만 그러한 불변의 모습 자체가 나름의 브랜딩이 되는 것입니다. 김남호 대표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 변하지 않은 모습들은 내자땅콩이 전통을 이어가는 방법이 되었고, 그러한 내자땅콩을 여전히 찾아오는 오랜 손님들과 그들의 자손들 또한 그 전통이 되었습니다. 


일요일마저 문을 여는 이유가 언제 올지 모르는 단골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함이고, 그러한 신념까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김 대표는 그래서 더 지금 모습을 유지하고자 합니다.  


시대를 따라 변하지 않는 모습을 전략 아닌 전략으로 내세운 내자땅콩. 그 묵직하고 꾸준한 전통에의 자세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갈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4. 전통을 지켜가는 방법과 정체성 

전통을 현대화시켜 변화된 세대의 취향과 입맛에 맞추는 것, 그리고 전통을 있는 그대로 유지하며 세대를 아우르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옳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저 어떤 선택이든 자신들의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길이 맞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그것이 현대화, 고급화된 전략과 디자인으로 정통성을 이어가는 이대명과와 옛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며 정통성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내자땅콩이 다른 듯 비슷한 길을 꿋꿋이 가는 이유입니다. 


헤리티지를 어떠한 방향으로 어떠한 고객에게 다가갈 것인가를 고민해보아야 할 수많은 브랜드들이 그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어떠한 선택을 하든 정체성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 또한 잊지 말아야 하고요.   




| 이런 분들께 이 뉴스레터를 강추합니다! |

+ 브랜드의 정통성을 어떻게 유지, 발전해 가는지 그 사례들이 궁금한 분들 

+ 한국의 오래된 가게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방법이 알고 싶은 분들

  

| TAG |

#이대명과 #내자땅콩 #전병 #브랜드헤리티지 #전통브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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