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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ersjoo Nov 10. 2023

블룸 앤 구떼

Gentrification의 상징

| 2015년 12월 17일 발행

| 이 내용은 원본의 수정 및 보완 버전입니다.  



오픈 초기의 블루 앤 구떼 풍경 ⓒ블룸 앤 구떼


Gentrification(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전적으론 '고급 주택화'라는 뜻을 가진 용어인데, 요 근래 몇 년간 각종 신문의 경제섹션에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최근 우리나라 상업 지구의 생태변화와 깊은 연관이 있는 현상인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어떤 동네가 어떤 주체들로 인해 인기가 많아지자 거대 자본이 그 인기를 이용하여 들어와 차지하며 땅값이 오르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지역을 살린 주체들이 오히려 동네에서 쫓겨나고, 돈 많은 새 주체들이 유입되어 그곳을 값비싼 지역으로 바꿔버리는 현상입니다. 그 대표적인 지역으로는 가난한 예술가들과 뮤지션들, 디자이너 등의 주요 활동지였던 홍대 앞과 소소하면서도 감성적인 분위기를 만든 작은 숍들이 가득했던 신사동 가로수길입니다. 


특히 신사동 가로수길은 압구정동으로 연결되는 강남의 동네지만 강북의 느낌이 많은 곳이었고, 그러한 정서가 만들어진 것에는 그곳에 위치한 작은 샵들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꽃집과 카페가 함께 있는 '블룸 앤 구떼'가 있었습니다. 


들어서자마자 늘어선 아름다운 꽃들과 계단 하나하나를 오르면 보이는 이 공간은, 개인적으론 그리 선호하지 않는 강남의 분위기를 쇄신시켜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과 상징성을 부여해 주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표현도 생소한 gentrification, 그 현상이 이곳을 덮쳤습니다. 자본의 힘 앞에선 웬만한 사람도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되었습니다. 소소하여 보는 재미도 컸던 '동네 가게'가 하나, 둘 사라져 가고 그 자리에 유명 브랜드가 들어왔습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잠식되어 갔습니다. 


물론 고등학교 때 정치 경제 교과서에서도 배운 이론만 생각해도 이 현상은 당연한  자본주의 논리입니다. 

좋은 곳으로 사람이 몰리고, 그러다 보니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곳이 되고, 거기서 더 나아가 돈이 더 많은 사람에게 잠식되는 것입니다. 떠오르는 라이징 스타가 가장 먼저 섭외 순위에 오르는 것처럼,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정말 혁신적인 디자인도, 기발한 브랜딩도, 오래 동네를 지켜 온 가게의 지난 시간도 모두 소용이 없는 걸까요? 


다행히 블룸 앤 구떼는 근처의 다른 곳에서 새로운 매장을 오픈하였고, 심지어 다른 동네에도 분점을 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제자리에 있을 때 가장 밝은 빛이 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안타까운 홍대, 상수동, 합정동, 이태원 등등과 앞으로가 벌써 불안한 성수동, 문래동 등등등... 


순진한 바람이겠지만, 앞으론 또 다른 블룸 앤 구떼가 그만 생기길 바라봅니다.



* 내용의 저작권은 SBHV에 있습니다. 

  출처를 밝히지 않은 사용 및 복제, 재가공시 책임을 물을 수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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