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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ersjoo Nov 24. 2023

Sandwich ä

푸드 브랜딩의 핵심 

| 2016년 3월 22일 발행

| 이 내용은 원본의 수정 및 보완 버전입니다.  



ⓒ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오늘은 실제가 아닌, 드라마 속 가게를 한 곳 소개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여 힐링이 필요한 순간 다시 보기를 반복하는 일본 드라마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의 샌드위치 가게 [Sandwich ä]입니다. 


이 샌드위치 가게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드라마의 내용을 먼저 이해해야 하는데요. 이렇습니다. 


오랫동안 출판사 편집자로 일해 온 주인공 아키코 짱과, 40년 넘게 도쿄의 한 골목에서 작은 밥 집을 운영해 온 그녀의 어머니는 밥 집 위층에서 단 둘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키코 짱의 회사는 돈 벌리는 일보다는 책의 작품성을 우선시하는 아키코 짱을 시대에 뒤처진다는 생각에 엉뚱한 관리팀 매니저로 보내려 합니다. 그에, 그저 책을 만드는 일이 즐거워 그곳을 다니던 아키코 짱은 편집 업무가 아니면 계속 근무하는 것이 의미 없다는 생각에 결국 퇴사를 결심합니다. 그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날 밤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마저 갑작스레 잃게 되죠.    

40대의 싱글 아키코 짱은 그렇게 갑자기 혼자가 되고, 직장도 잃게 됩니다. 그녀에게 남은 것은 주인 잃은 어머니의 오래된 식당뿐입니다. 


그녀는 커피를 내리고 산책을 합니다. 좋은 햇살을 받으며 공원 의자에 앉아 무언가를 생각합니다. 그렇게 자신은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던 자신의 요리 센스를 발휘하는 일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바로, 어머니가 남기고 간 그 밥집에서 말이죠.  


편집자 일은 잠시 중단하지만 그녀는 어머니의 식당을 개조하여 샌드위치 집을 오픈합니다.

대단한 건 없습니다. 메뉴는 그녀 자신이 해왔고 할 수 있는 딱 그 정도 안에서만 개발되죠. 인부들이 식당을 개조하는 동안 몇 가지의 샌드위치와 사이드 메뉴들을 고민합니다. 처음 하는 일이고 혼자이지만, 그녀는 언제나처럼 담담하고 씩씩하게 하루하루 준비합니다. 

그렇게 그녀는 세 가지 빵과 세 가지 속 재료로 손님이 원하는 조합의 샌드위치를 만들어주고, 닭 육수를 베이스로 한 따뜻한 채소 스프도 함께 내어줍니다. 

그렇게 성실하고 바르며, 착하고 씩씩한 아르바이트생과 둘이 함께 다양한 손님들을 맞이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이렇게 시작된 [Sandwich ä]는 참 묘한 곳입니다. 

화려한 곳도 아니고, 대단한 요리를 파는 곳도 아니지만 편안하고 다정한 아키코 짱의 미소와, 그에 어울리는 소박한 샌드위치, 그리고 따뜻한 나무 재질의 테이블과, 가게 안을 밝게 비춰주는 따뜻한 햇살이 어울립니다. 


이 드라마를 처음 볼 때쯤, 저는 푸드 콘텐츠 관련 브랜딩에 대해 푹 빠져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자료도 많이 찾고, 제 눈에 보기에 브랜딩을 잘하는 유명 푸드 브랜드들에 대한 자료를 되는대로 모으고 있었죠. 하지만 딱 4부작으로 끝나는 이 짧은 드라마 한 편을 보고 나서는 푸드 브랜딩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음식은 브랜딩 이전에 결국은 진심이구나. 대단한 전략과 화려한 음식이 없어도 정갈하고 정직하며, 진심을 다한 음식을 제공한다면 그 가게나 브랜드는 가장 성공적이고도 어려운 브랜딩을 하고 있는 것이구나' 하고 말입니다.  


물론 브랜딩을 하는 사람들에겐 좀 허무할 수 있는 결론이지만, 음식은 그런 것 같습니다. 

[Sandwich ä]처럼, 그리고 그곳의 주인 아키코 짱처럼 진심을 다하여 음식을 하면 되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 속 가게가 아닌 현실의 가게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 내용의 저작권은 SBHV에 있습니다. 

  출처를 밝히지 않은 사용 및 복제, 재가 공시 책임을 물을 수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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