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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ersjoo Feb 21. 2024

그룹 PT를 시작했다

뿌듯함을 느끼는 유일한 순간 

1-2년 사이 살이 10Kg가량 증가했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 하나는 허한 마음을 음식으로 채우려 것이 결정적이었다. 들어가는 바지는 개뿐이고, 그마저도 남몰래 버튼을 끌러놓곤 한다. (그래도 흘러내리지 않는 마법의 바지 ㅡ,.ㅡ

급격히 불어난 살은 또 다른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었다. 하지만 난 스스로 물었을 때 노력을 했냐 하는 질문에 딱히 자신 있게 답을 하지 못했다. 한 끼 정도는 오트밀을 먹지만 밤마다 과자며 땅콩이며 온갖 간식을 입에 물고 나서야 잠이 들었고, 단단히 마음먹었던 매일의 점심 후 산책은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그날의 자책을 또 하며 작업실 앞을 지나가던 지난주. 오다가다 보아 온 그룹 PT 전문 짐에 무작정 들어갔다. 순간 더 이상은 이대로 안 되겠다 싶었다. 


상담을 하고 무료 PT를 예약한 후 작업실에 돌아왔다. J인 내가 나답지 않게 뭘 한 거지 싶었지만 한편으론 참 잘했다 싶었다. 


체험의 날.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50분의 시간 동안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도 만나고, 집에도 몇 번 가고 싶었고, 엄마, 아빠도 보고 싶었다. 한 마디로 현타 제대로 온 초강도 인터벌 운동이었다. 왠지 순해 보이는(?) 이름을 보고 들어간 건데 그런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난 이미 말갛게 웃는 센터장님의 체험 후 상담에 넘어가 5개월치를 끊었고, 위치는 가까웠으며, 살은 더 쪄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일주일 사이 세 번의 그룹 PT를 하며 다른 사람들을 겨우겨우 흉내 내고 있다. 


-

벌써 PT를 가는 날은 아침부터 부담스러운 마음이 든다. 자꾸 시계를 보고 오늘 빠질까 머리를 굴려보지만 여전히 일이 별로 없는 난(심지어 어제 하나 또 엎어진 난) 시간이 많고 살도 많다. 하지만 그런 나의 마음을 다잡게 하는 하나의 감정이 생겼다. 


뿌듯함.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감정은 아닌데, 이번엔 또 다르다. 

그동안 해본 운동들 다 합쳐도 그에 몇 배로 힘든 것 같은 이번 운동은 그래서인지 하고 나면 몇 배의 뿌듯함을 주었다. 


난 요즘 딱히 뿌듯함을 느낄 기회가 없었다. 대단한 프로젝트를 완성하여 쾌감을 느낄 기회도 없었고, 이렇다 할 보람을 느낄만한 일도 없는 잔잔한 일상이었다. 그런 내 일상에 유일한 뿌듯함을 이 괴로운 운동이 주고 있는 것이다. 


오랜만에 상담을 위해 만난 병원 원장님은 내 유일한 일상의 변화가 그룹 PT인 것을 알고 수십 번째 물개 박수를 또 쳐주셨다. 이게 박수를 받을 일인가요 물으니 그렇다고 하셨다. 일 년 치 숙제를 벌써 끝낸 느낌이라며 나보다 좋아하셨다. 

어쨌든 전문의가 그렇다 하시니 기분이 좋다. PT 갈 들고 가는 가방이 눈앞에 보이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몰려오곤 했는데 오늘은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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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장윤주가 운동을 일평생 함께 해야 할 일로 받아들였다는 말은 큰 영감을 주었다. 그 말에 속아(?) 갑자기 들어간 그곳에서 5개월 무제한권을 끊은 내가 마치 그녀의 몸매 반은 이미 따라간 착각이 든다.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겠다. 이제부터 운동은 내게 매일 그냥 하는 세수 같은 것이다. 딱히 특별한 다짐이 필요한 이벤트가 아니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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