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전환이 나를 바꾼 기적
우울증을 앓고, 그 병에서 벗어나려 노력하다 보니 점점 달라지는 것 하나가 '생각의 방법'이다.
내가 정의한 '생각의 방법'은, 같은 것이나 상황을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대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예전엔 인생을 깜깜하고 기나 긴 터널이라 생각한 적이 많았는데, 이제는 끝이 정해져 있는 이벤트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랬더니 늘 무언가에 연연하는 마음이 누그러지고, 그렇게 해 봤자 인생은 언젠가 끝나버리는 것이라 다 소용없다는 사실을 덤덤히 받아들이게 된 거다.
그렇다고 인생을 비관적으로 보거나 끝내 버리고 싶은 어떤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끝이 있는 이벤트기에 그 시간 동안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아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을 뿐이다. 이벤트니까 난 그저 페스티벌에 온 사람처럼 최대한 즐기다 가는 것이 남는 장사겠구나 싶은 것이다. 페스티벌에 와서 내일 업무 회의 걱정을 미리 해봤자 나만 손해인 것처럼.
우울증에 걸리고 나 자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다 보니 뭔가 매우, 참, 대단히 철학적으로 변한 것 같지만, 나 스스로 느끼는 변화는 그보다 가볍다. 무엇이든 복잡하고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많았던 나는 생각의 방법을 바꾼 후 많이 단순화되었고, 어떤 일이 생기면 그 상황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내가 전보다 빨리 처리 방법으로 포커싱 스위치를 전환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벤트는 즐겁고 끝도 '있는' 것이라 안달해 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생각과 마음이 단순화되어 우울증 개선 레벨이 한 단계 높아진 것 같다. 끝이 있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되도록 많은 사람이 나처럼 인생을 끝 있는 이벤트라 생각하길 권해본다.
꽤나 사람을 가볍게 만든다.
PS. 물론 나도 가끔은 예전과 같이 아등바등한다. 그건 어쩔 수 없다는 것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