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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ersjoo Jan 24. 2024

감정 과식을 경계하기로 했다.

내가 드라마를 잘 보지 않게 된 이유 

드라마를 참 좋아한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 드라마를 몇 개 꼽아보자면, '연애시대', '메리대구공방전', 단막극 '연우의 여름', '올드미스다이어리', '그냥 사랑하는 사이', '청춘시대', 'Friends', '미생', '나의 아저씨', '비밀의 숲 1', '옷소매 붉은 끝동'... 셀 수가 없다. 


그런데 이토록 좋아하던 내가 우울증을 본격적으로 앓고 나서는 드라마를 얼마 보지 않았다. 가장 최근에 완드 한 작품이 벌써 2년 전 작품인 옷소매 붉은 끝동이니 뭐... 


가만 생각해 봤다. 

내가 왜 그렇게 되었을까? 

추측한 바로는 내 우울증의 두드러진 증상 중 하나인 지나친 감정이입 때문인 것 같다. 

그렇다. 나는 실생활에서도,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도 감정이입을 심하게 하는 편이다. 이른 갱년기인가 생각해 보았지만 그러기엔 너무 오래전부터 그래왔다. 

TV속 인물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감을 느끼지만 문제는 또는 그녀가 인생의 굴곡 앞에 눈물을 흘릴 때다. 함께 우는 물론이고, 때론 또는 그녀도 내지 않는 '꺼이꺼이' 소리를 낸다. 


본능적으로 더 이상 이러기 싫었던 것 같다. 

내 안의 1인분 감정도 소화를 잘 못 시켜 걸핏하면 체하는데, 남의 감정, 그것도 사실은 다 가짜인 세계의 온갖 사람들이 겪는 희로애락까지 소화를 시키려니 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회피일까 생각해 본 적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한들 지금의 나에겐 회피마저 소화제가 될 거라 생각된다. 다른 사람의 밥까지 먹으니 자꾸 체한다면 회피도 한 가지 방법일 거다. 


당분간 나는 계속 TV 드라마를 잘 보지 않을 것 같다. 

내 속만 편할 수 있다면 남들의 눈물까지 껴안진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지나친 감정이입은 공감이 아닌 감정 과식이나 마찬가지니까. 


PS. 그래도 드라마 추천 해주세요. 나중에 다 나으면 정주행 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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