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eersjoo Jan 31. 2024

정답을 구하지 못했다

혼자와 우리 사이 

내 또래의 사람들 상당수가 가정을 이루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게다가 조직을 나와 혼자 프리랜서로 일한 지도 벌써 10여 년이 다 되었다. 다시 말해 가족이나 가끔 만나는 친한 친구들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낸다. 

혼자 있는 것,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크게 외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나도 가끔은 누군가와 함께 일을 하고 밥을 먹던 일상이 그립기도 하다. 

때마침 회사가 많은 동네를 점심시간에 찾으면 그런 생각이 더 든다. 무리를 지어 식사 후 커피 한잔을 사러 카페에 우르르 들어오는 사람들, 함께 둘러앉아 일상과 일 이야기를 섞는 사람들, 뭐가 그리 웃기는지 깔깔대는 모습들을 보면 '그래, 사람은 사람이랑 어울려야 제맛이지.'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며칠 전에는 아이 둘을 순풍 낳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친구와 통화를 했다. 그 친구는 내가 꼽는 외유내강의 표본 같은 친구인데, 이상하게 그날은 목소리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평소 힘든 내색을 잘하지 않는 아이라 오히려 더 걱정이 되었다. 

"무슨 일 있어?"

무슨 일이 있어도 하소연 같은 건 잘하지 않던 친구가 가슴속 응어리를 터뜨리듯 속상한 마음을 쏟아냈다. 

"난 하던 일도 그만두고 혼자 애 둘 키우느라 밥도 서서 먹는데, 아침에 나가면서 차 트렁크에 있는 아기 띠 꺼내 놓고 가는 게 그게.. 그렇게 어려울 일이야? 자기 먹으라고 챙겨놓은 밥만 싹 먹고 도망치듯 출근해 버리더라. 너무 화가 났어."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육아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쏟아내는 친구의 말을 들으니 나도 덩달아 속이 답답해 짐을 느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적당한 동조뿐이었다. (사람이 그렇다. 이럴 때 똑같이 맞장구를 치면 그건 또 기분 나쁜 거다.)


두 가지 기억이 번갈아 떠오른 오늘 아침. 

분위기 좋을 때의 회사가 문득문득 그리운 마음, 가정이 있고 소소한 행복이 함께 할 것 같아 부러운 마음 모두가 헷갈린다. 


지지고 볶고 다 됐으니 차라리 혼자인 것이 나은 걸까, 그래도 외로운 것보단 지지고 볶으며 어울려 사는 것이 나은 걸까. 


답은 없을 테고, 결국은 선택뿐이겠지. 

외로움과 홀가분함 VS 치열함과 소소한 행복 

나에겐 뭐가 더 나은 선택일까?


  


 


이전 19화 감정 과식을 경계하기로 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