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에서 온 갈증을 사이드 프로젝트로 채워나가다
이번 포스팅의 퍼소나 독자
- 회사 안에서 내 역할이 만족감을 생각보다 덜 준다고 생각하는 분
- 업무에 있어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은 분
- 바쁜 와중에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를 알고 싶으신 분
*이 포스팅은 초기 스타트업에서 소수 인원으로 서비스를 만들어 나갈 때 기획 담당 주니어가 느낀 관점에서 작성했습니다. 회사 별로 다른 환경, 분위기가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당시_회사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신나는 기분으로 입사한 지 몇 개월,
PM과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면서 구름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우리가 하는 일이 맞는지, 내가 내린 결정이 틀린 건 아닐지. 무엇보다 우리가 내는 목소리가 사용자에게 전달되기까지 긴 기간이 걸렸다. 서비스를 빨리 선보이기 위해 빠르게 설계하고 테스트해봐야 하는데 초반에 조사해야 할 내용도 많았고, 기획을 위해 정리해야 할 일도 많았다.
어떤 서비스의 처음과 같을 협업으로 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사람들이 좋고 싫음을 떠나서 보다 빠른 피드백, 그리고 가벼운 업무 구조를 갈망할 때가 있었다. 그건 아마 팀원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서비스를 론칭하고 테스트하면서 피드백받는 과정은 신나지만,
기본 골격을 만드는 과정은 그렇게 빠를 수 없다. 내가 있었던 회사의 단계는 그 '초기 단계'였고,
처음 7~8달은 버틸만했지만, 그 이후 1년, 1년 반이 될 때는 솔직히 말해서 어려웠다.
일 하다 보면 '결과물'이 나오면서 이는 소소한 성취감이 있는데 그 텀이 나에게 길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구현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내가 원하는 속도, 디테일을 서비스에 녹일 수 없어서 스스로에게 답답함을 느낀 적도 있었다.
딜레마였다. 스스로를 인내심 없고 완벽주의에 갇힌 사람처럼 여기게 되었다.
#취직_전_사이드잡
나는 회사를 다니기 전에 특정 스포츠웨어 회사에서 영양교육 수업을 했다.
이 뉴트리션 클래스는 운동을 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필요한 정보를 전달해주는 게 취지였다.
언제 취직하게 될지 몰라서 시작했던 이 수업은, 취준 과정에서 큰 힘이었다.
내가 가진 정보를 사람들에게 쉽게 전달하고,
사람들이 가진 불편함을 최전선에서 듣고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성취감이 꽤나 컸었다.
#다시_회사
그러다 전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되었고, 회사와 병행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회사와 병행을 할 생각이 없었다.
계약서에 안 적혀있더라도 어디나 겸직을 환영하지 않으니까.
그런데 한 달에 1회 진행하는 정도는 문제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일단 한 달만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정도 해보니 회사 상황과 별도로 병행이 가능했다.
돈 버는 것도 적은 금액이라 한 달, 두 달 진행하다 보니
공교롭게 수업하는 장소가 성수동으로 이전했고,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수업을 할 수 있었다.
#사이드_잡이_주는_인사이트
프로 N 잡러라는 단어를 요즘 종종 본다.
특별히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한 적은 없지만, 어쩌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사이드 프로젝트와 본업 사이에서 낼 수 있는 시너지가 많았다.
내가 각기 다른 프로젝트를 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걸 처음 경험한 게 대학원 때다.
2015년도, 대학원에 입학하기 전에 요가 지도자 자격증 과정을 신청했다.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책상에만 있으면 몸이 망가진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어서 강제로라도 몸을 움직이는 장치를 마련하면 좋을 것 같아서다.
처음에는 둘 다 처음인데 욕심을 낸 것 같고, 둘 다 온전하게 못해내는 것 같아 버거웠다.
'요가 지도자 숙제도 완벽하게 못하는 것 같고 대학원에서 6과목 들으면서 과제하고 시험 보느라 바쁜데 잘한 걸까?'라는 생각에 괴로웠다. 그런데 생각하지 못한 장점들도 있었다.
조교분들이 내가 지도자 과정을 하는 걸 알고 산행 때 스트레칭을 부탁했는데 교수님들과 석사 박사 과정 분들이 좋아하시는 거다. 대학원에서 장시간 연구하는 친구들이 요가 수업을 요청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반대로 요가 지도자 과정에서는 '심리학'을 전공하는 내가 제공할 수 있는 정보가 많았다.
그때 처음으로 두 역할을 병행했을 때 시너지를 알게 되었다.
물론 대학원 때와 직장을 다니면서 병행은 조금 다르다.
내가 병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두 영역 사이에 교차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회사: 식사 기록을 분석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식품을 추천해준다.
스포츠웨어 영양교육: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건강정보를 수업으로 설명한다.
첫 번째 교차점. 두 가지 일 모두 식품, 영양학, 심리학과 관련 있었다.
두 번째 교차점. 두 가지 모두 사람들이 쉽게 건강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기획자 역할이었다.
세 번째 교차점. 둘 다 전문성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계기였고 시간 조율이 어느 정도 가능했다.
두 가지를 병행하면서 가졌던 장점은,
1. 다른 영역에 있으면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았다.
우리 회사에서 B2B로 맺은 회사나 유저 인터뷰 대상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서비스에 대한 의견을 물어볼 수 있었다. 타깃은 유사하지만 영역이 달랐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사이드잡에서 받아온 인사이트를 긍정적으로 검토했었다.
2. 사람들에게 스타트업 회사를 소개할 수 있었고, 스타트업 회사에서 만난 분들께 건강한 삶을 실천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스타트업에 있다 보면, 스타트업 네트워크를 통해서 홍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에 따른 장점도 많다. 하지만 당시 나는 좀 더 대중적으로 다양한 직종에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 서비스를 소개하고 싶었다. 그래서 서비스 제품을 가지고 가서 식품 후원을 한 적도 있었다.
반대로 스타트업에서 만난 분들께는 스포츠웨어 브랜드에서 진행하는 각종 클래스를 소개해드릴 수 있었다. 러닝, 실내 트레이닝 등 실제로 클래스를 초대할 수 있기 때문에, 옆 자리에 앉아 계신 멤버들도 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좋은 계기이기도 했다.
3. 회사에서 장기간 버텨야 할 때, 작은 성취를 사이드잡으로 해소할 수 있었다.
사이드 잡은 매번 수업을 기획하고 운영하기 때문에 하나의 작은 프로젝트를 매번 마무리 짓고 퍼블리싱하게 된다. 그래서 가끔씩 프로젝트에서 성취감을 덜 느낄 때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성취감을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물론 어려운 점도 있었다.
1. 대표님 혹은 팀원들이 사이드잡을 하는 걸 싫어할 수 있다.
요즘은 분위기가 또 바뀌었을 수 있다. 워낙 사이드 프로젝트로 일 하시는 분들이 많고, 특히 스타트업에서는 해당 회사의 이름을 달고 외부 강연이나 수업을 진행하면 회사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해서 허락하는 곳들도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히 걱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나 같은 경우에도 처음에 팀원들이나 대표님에게 알리지 못했다. 비록 업무 외 시간에 하는 것이지만, '회사와 서비스에 더 쏟을 수 있는 시간을 다른 곳에 보내는 것을 좋아할까?'라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큰 회사일수록 입사 전에 명확하게 정리가 되니까 괜찮지만, 작은 회사라면 개인의 결정이라 고민될 것 같다.
일단 해보고 정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잘라내 버리면 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끈을 놓지 않고 텀이 길더라도 하면 계속하게 된다. 그러니 만약에 진행을 조금 해봤는데 본업에 영향을 많이 준다면 접으면 되니까 개인적으로는 일단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
2. 업무 시간 중에 사이드잡 기획 관련 조율을 해야 할 때가 있었다.
사이드잡 쪽도 업무 시간이 나의 업무 시간과 겹치기 때문에, 가끔씩 커뮤니케이션 요청을 업무시간 중에 받을 때가 있다. 이럴 때가 가장 난감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이드잡을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사이드 잡'과 '본업'을 명료하게 구분 지을 필요가 있다. 사이드잡 쪽에는 이 일이 메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 그래야 업무를 진행할 때 꼬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시간에 요청을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연차를 아껴서 사이드잡에 썼다. 휴가에 큰 욕심이 없었고, 어차피 둘을 병행하는 것이 내 자발적인 선택이었고 각자에서 오는 다른 에너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지금은... 모르겠다!)
본업에 피해를 끼치는 사이드잡은 병행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회사와 정한 약속에 위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쁘다 바쁜 현대사회.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업무 외 시간을 일에 쓰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커리어를 쌓기 위해 업무 외 시간에도 관련 책을 읽고 모임에 나가면서 우리는 업무 스킬과 업무 스펙을 쌓아나가는 삶을 살고 있다.
가끔은 어떻게 저렇게 몰입해서 살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재미를 이길 수 없나 보다.
하지만 누군가 지금 나처럼 회사와 사이드잡을 병행하며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가끔은 '성취'와 '커리어'가 아닌 것들에도 눈을 돌리며 나아가면 좋겠다. 더 중요한 게 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