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을 갈구(?)하다

회사를 다니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다

이번 포스팅의 퍼소나 독자

- '왜 내가 여기서 일 하고 있지?' 일,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신 분

- 스타트업의 미션과 서비스에 반해 입사한 열정 신입 주니어였는데 회사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분

- 회사를 다니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분


*이 포스팅은 초기 스타트업에 신입으로 들어간 기획 주니어가 느낀 관점에서 작성했습니다. 회사 별로 다른 환경, 분위기가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즐거운 회사생활

이라는 마음으로 스타트업 회사에 들어간 지 8개월 차.


처음으로 퇴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에 들어가기 전에는 '회사'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좀 부끄러운데, 그때는 그랬다.

회사에 들어갔지만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데 더 홀렸고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게 너무 좋아서 달려갔다.


그러다 처음으로 흐름이 끊겼다.

서비스의 미션과 비전에 대한 나의 열정은 여전했지만

'MVP가 퍼블리싱되어야 할 기준이 이게 맞나? 베타 테스트면 이 정도까지 만들고 사용자에게 보여줘도 되나?'에 대한 의심은 자꾸만 커져갔다.

매일 야근을 했지만 서비스 퀄리티는 내가 원하는 만큼 못 만들고 시간에 쫓겨서 계속 사용자에게 사과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정비할 시간 없이 다음 프로젝트 스케줄은 또 잡혀있고.

그렇게 허덕이며 일을 하다가 몇 가지 사건을 바탕으로 펑! 터져버렸다.


회사를 관둘지 말지 고민할 때 엄마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한적 있다.

울고 불며 나 도저히 회사 못 다니겠다는 이야기를 했고 하고 싶은 말을 넋두리했을 때

엄마가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대표님에게는 대표가 해줄 수 있는 걸 요청해. 감정 말고."


아마도 나는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순간순간의 감정을 꾹꾹 눌러놨을 것이다.

'어...?'라는 생각이 들어도 주니 어니까,

'그래도 이렇게 해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 때는 처음이니까,

'안된다고 했는데도 왜 이렇게 자꾸 흘러가는 거지?' 등등


눌러 둘 버릇을 하니 결국 끝에는 맥이 딱 끊겨버리면서 더 이상 생각도 하기 싫다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대표님에게 면담 요청을 하고도 내가 하려던 이야기들은 감정에 호소하는 말들이 많았다.

"제가 이렇게 오픈하면 문제 생긴다고 말씀드렸었는데 그냥 진행됐잖아요"

"제가 이 사이에서 얼마나 노력했는데요. 저 더는 못하겠어요."

등등


그런데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차분하게 다시 생각해보니 엄마의 말이 맞았다.

물론 나를 알아달라는 마음도 충분히 그 당시에는 했을 법했다. 밤새고 아침에 현장에 가면 사용자에게 들어오는 컴플레인에 계속 사과하는 생활이 쉽지 않았다.

아마 대부분의 스타트업 멤버들은 알 것이다. 자기 서비스가 부족한 상태에서 출시되면 몰라서 두는 게 아니라 알지만 못 잡고 내보내야 하는 경우도 많을 테니까.

하지만 결국에 내가 퇴사를 고민하면서까지 면담을 요청할 때는 나의 요구사항이 뚜렷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마냥 싫거나 답답할 때일수록 이성적으로 분석할 필요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았다.

회사의 기능은 무엇일까?
스타트업에 대한 환상이 있었던 건 아닐까?
콘텐츠, 자기 직무에만 꽂혀 있었던 건 아닐까?


이 생각들을 하면서 이제야 내가 일을 '일'로써 바라보고 회사를 '회사'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생활을 하기 전에는 내 상상 속에 회사와 직무로 '일에서 중요한 요소'를 추렸었다.

그런데 막상 회사 생활을 해보니, 월급 문제나 복지 및 처우를 뒷전에 두기 어려웠고 '협업'과 관련된 문제들도 중요했다. 그래서 혼란스러웠다.


나는 스타트업의 미션을 보고 들어왔는데 갑자기 왜 이런 요소들 때문에 내가 흔들리는 거지 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아주 이상적인 마음으로 일을 바라본 것이다.


그래서 대표님과 면담을 잡고 그 전날 밤을 새우며 '일'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했다.

그리고 당시 회사를 그만 다니고 싶었던 이유를 뽑을 수 있었다.


내가 회사를 다닐 때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3가지였다.

1. 같이 일하는 동료가 핏이 잘 맞고 성장욕 구도 강해서 서로 시너지가 나거나

2. 내가 일하는 만큼 대우를 받고 있다고 판단되거나

3. 나의 일, 업무가 도전적이고 재밌어서 보람차거나.


당시에는 이 세 가지가 모두 해당되지 않았다.

그럼 그다음으로 나는 이 회사를 계속해서 다니고 싶은가? 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랬더니 다니고 싶은 이유가 여전히 있었다.


여전히 나는 서비스의 비전을 믿고, 이 기획대로 다 만든 최종본을 보고 싶은 열정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를 계속해서 다니려면 현재 상황에서 개선되어야 할 것을 생각해보았다.

그랬더니

1. 운영, MD 등 다른 업무를 하느라 기획업무를 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 내가 포괄해서 맡았던 업무를 분할해서 가져갈 사람들이 필요했다.
2. 그리고 서비스에 적합한 역할과 석사로 연구 진행한 게 콘텐츠와 직접적으로 연결됨에도 불구하고 일하는 시간 대비 월급이 많이 낮았다.
-> 그래서 월급에 대한 재 협의가 되지 않으면 지금 상태에서 % 비율로 올리는 건 의미 없다고 판단했다.
3. 마지막으로 팀원 간 갈등이 감정싸움으로 확장되어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면
-> 자율도 좋지만 기본적인 사내 규칙, 계약 관련 조항, 조직 문화를 갖추어야 한다.

정도가 나왔다. 나는 이 과정에서 나에 대해서 다시 보고 일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정말로 이라는 것은 중요했다.

월급이 다는 아니지만 월급이 많은 것을 해소해줄 때도 많다.

'내가 열정 페이로 일하고 있는 건 아닌가, 저 사람보다 내가 못한가? 등등' 얼마나 많은 잡생각이 월급과 처우에서 오는지 모른다. 그리고 계약서를 쓰고, 지분, 스톡옵션 등의 개념을 이해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도 이때 알게 되었다.


간과했었던 팀원의 역할에 대해서도 인지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어리석게도 그래도 내가 잘해나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합이 맞지 않아도 나는 해낼 거다!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팀원은 없는 힘도 만들어주고, 못 만들 것 같은 시간도 만들어주는 대단한 존재다. 이 사실을 처음 6개월 덕분에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후 회사의 조직문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과지고 성과 관리, 핵심가치 설립, 채용 등을 맡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업무를 담당하는 것에 대한 생각도 좀 바뀌었다.

스타트업에서는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을 좋아한다. 그리고 나 역시 주인의식을 가지고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나를 잃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회사에 들어왔던 이유, 여기서 하고 싶었던 업무를 없애면서까지 다른 일을 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불현듯 우울한 나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할 수 있을 것 같고, 누구도 안 하니 내가 나서서 하자는 선한 마음과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작은 일들이 모여서 눈덩이처럼 쌓였을 때 빵- 터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일을 맡을 때 조금 더 큰 그림을 보고 맡을지 말지 정하는 머리가 생기게 되었다.



이런 생각들을 바탕으로 다음 날 대표님과 면담을 나누며 위에서 정리한 내용들을 쭉 이야기하였고,

생각보다 나의 첫 번째 퇴사 고비는 수월하게 넘어갔다.

생각해보면 융통성 있는 부분이 있으시기도 했고, 엄마가 해준 조언도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나의 요청사항이 아주 분명했다는 점, 말이다.


어쩌면 이렇게 일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빨리 와서 좋았다.

나는 이때를 계기로 회사의 다양한 영역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개개인의 능력만큼 조직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그 능력이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이후 새롭게 들어오는 팀원들 덕분에 나는 지금까지 일한 것 중에서 가장 재밌는 6~8개월을 보낼 수 있었다. 복덩이 같은 팀원들이 한 명 한 명 들어오면서 팀의 분위기 완전히 뒤바뀌었다.

그런 거 보면 아마도 그리고 여전히 나에게 '팀원'과 '협업'은 일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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