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정말 모르는 걸 자신 있게 얘기해도 될까?
이번 포스팅의 퍼소나 독자
-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주니어
- 기획, CS, PM, 운영 혹은 개발, 디자인 등 여러 역할을 나눠서 진행해야 하는 분
- 스타트업에서 내 직무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분
*이 포스팅은 초기 스타트업에서 소수 인원으로 서비스를 나갈 때 기획을 담당한 주니어가 느낀 관점에서 작성했습니다. 회사 별로 다른 환경, 분위기가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제인 이거 이렇게 진행하면 돼요?"
"어.. 그 부분은 제가 결정 못할 것 같아요. ㅇㅇ한 테 여쭤보셔야 할 것 같아요."
" 이거 왜 이렇게 됐어요?"
" 그때 ㅇㅇ가 이렇게 해달라고 얘기했는데요?"
"어.. 그럼 제가 이야기했던 건요?"
" 얘기된 거 아니었어요?"
인원이 적은 스타트업에서 일하다 보면 대기업으로 치면 3개의 부서를 한 명이 하는 상황은 비일비재하다.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업무의 방향성이 바뀌는 일도 종종 생긴다. 그래서 처음에는 어버버 하다가도 없는 살림에 일하는 게 익숙해져 버린 스타트업 주니어들은 R&R*이 없는 상황에 익숙해지게 된다.
*R&R (Role and Responsibilities, 직무 관련 내 역할과 책임)
나는 R&R이 없는 상황이 익숙했다.
처음부터 서비스 기획, 상품기획, CS, 현장 운영, 개념적 데이터 모델링, PM 등 맡은 바가 다양했다.
많은 만큼 다 잘하진 못했지만 어쨌든 잘하는 것보다 해내야 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걱정이 많았는데 결국 왔다 갔다 하며 다 하고 있었다.
돌이켜 힘든 것도 있었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전 회사에 들어가기 전에 스타트업이나 IT 분야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해서 잘 몰랐던 백지상태였기 때문에 주어진 업무를 다 해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여겨서 회사에 대한 이해도를 빠르게 높일 수 있었다.
그게 스타트업에 온 이유라고 여겼고 프로덕트에 대한 나의 열정이 높아서 일이 될 수만 있다면 내가 맡은 일은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때 회사를 다니던 다른 친구들은 내가 하는 일을 이야기하면 "그게 혼자 가능해?"라는 얘기를 종종 하곤 했는데 나름대로(?) 유익한 1년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팀원들이 합류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하늘 아래 2개의 태양은 없다'는 말이 적합한 표현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업 총괄과 프로덕트 오너가 생각하는 방향성이 조금씩 달라지면서 문제점들이 나타났다.
CEO와 기획자가 기획 R&R을 나눠서 진행하면서 팀원들에게 혼란이 생긴 것이다.
특히 직무에 따라 의사결정의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CEO와 기획자가 프로덕트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면 팀원들은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기존 팀원이
돌이켜보니
첫 번째. 팀이 스케일업 할 예정이라면 그전에 있던 멤버들의 R&R 정리가 먼저 필요하다.
CEO와 기획자인 나는 초기 멤버 업무 방식에서 다음 팀원들을 맞이할 준비가 안되어 있었다.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면, 단순히 일손을 덜어 줄 사람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 더욱 정교하게 협업할 수 있는 팀원이 합류하는 개념이다. 그렇기 때문에 파트별 담당이 생기고, 회사 업무가 세분화될 것 같으면 사전에 조직도를 그리고 업무를 분담할 준비를 해야 한다. 보통 새로운 팀원의 Job Description은 쓰는데 기존에 있는 팀원의 역할이 바뀌는 건 잘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내가 하는 일이 크게 바뀐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파트와 내가 할 업무를 생각해보면 분명히 변화가 생길 것이다. 그 고민을 하지 않으면 기존에 있던 팀원들은 하던 방식대로 의사결정을 했을 뿐인데 새로 온 팀원은 암묵적 규율도 모르고 어떤 주제는 누구와 상의해야 하는지 알 수 없기에 혼란스러운 것이다.
두 번째. 가져와야 할 혹은 쳐내야 할 R&R을 토론하고 합의하여 지켜야 한다.
기획 일을 하면서 기획한 내용을 표현할 만큼 표현해도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특히 요구사항을 바탕으로 설명하다 보면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하지 못해서 빠진 것도 많아서 내가 부족한 것 같아 자존감이 떨어질 때도 있었다. 그래서 자책하기에 바빴는데, 사실 기획자는 모두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작은 회사에서는 R&R은 정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주체는 나여야 한다.
개념적 데이터 모델링을 해서 달라는 개발자의 요청이 있었다. 그리고 와이어프레임을 누가 잡을지에 대한 디자이너 기획자 사이의 묘한 신경전도 있었다. 그때는 스스로 자신이 없기도 하고, 잘하는 사람이 하는 게 맞겠지라는 생각으로 내 주관을 내세우지 않았는데 그렇게 하면 훗날 일이 복잡해졌다.
그래서 요청 들어오는 내용 중 쳐내야 할 것과 내가 해야 맞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사수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R&R, Job Description, 조직도
당장 서비스를 만들어가기 바쁜데 언제 정리하고 조율하고 여기 시간을 쓰냐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주간 미팅, 마감 미팅, OKR처럼 성과를 관리하는 것만큼 각자의 업무 역할과 책임이 확실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동맥경화처럼 서서히 쌓이다 뇌출혈로 어느 순간 탁! 터지는 문제 같다.
플레이어는 룰 셋업이 잘 되어있을 때 신나게 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작은 조직일수록 플레이어들이 잘 지낼 수 있게 상황에 따라 긴밀하게 만들어나가고 고쳐나가길 바라본다 :)
이 포스팅을 작성하기 전에 R&R을 검색했다가 웃었다.
대부분 이 R&R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을 제목 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그중 제일 직관적인 제목인 이 글을 공유하며 포스팅을 마친다.
https://brunch.co.kr/@lovelypki/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