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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을 하는 시간에 브런치로 옮기다

제어하지 말고 대상을 바꾸니 생산성이 올라갔다

이동할 때 인스타그램을 자주 본다.

심심한 마음, 그렇다고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는 않은 마음, 남들이 어떻게 지내나 궁금한 마음, 그러면서 내 발로 들어갔다가 남들 잘 사는 모습에 괜히 생각만 많아진 채로 앱을 끌 때. 희한한 기분이 든다.


그런 인스타그램에 포스팅 한번 올리는데 몇 번씩 퇴고하고 있자니 왜 이러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심심하다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인스타그램을 켤 때는 때에 따라 다르다.

혼자가 심심하면 연결되고 싶다는 마음에 선택적 교류를 할 때가 있고, 추천 포스팅에 글이나 사진을 보며 내가 몰랐던 정보도 알고 랜덤으로 추천해주는 포스팅 중 얻어걸리는 몇 가지에 행복을 느끼며 시간을 때우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진을 고르고 퇴고하고 올린 후 반응을 볼 때,

나는 나의 생각을 표출하고 전달하고 교류하고 싶은 마음이 인스타그램을 하는 가장 강력한 동기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그럼 사진이나 팔로워에 구속박지 않고 글을 쓰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브런치 앱을 인스타그램 옆으로 배치해서 의식적으로 브런치에 들어와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렇게 했을 때의 장점은 빨리 그리고 덜 심각하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화면도 작고 이동하는 시간 동안 쓰다 보니 글 쓰는 게 편해졌다.

컴퓨터 앞에서 브런치를 켰을 땐 잘못 기획하면 눈총 받거나 쓸모없는 글이 될까 봐 두렵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었는데 핸드폰으로 글을 치면서 그 생각이 많이 사라졌다.


물론 그렇게 되면서 글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아졌다. 전에는 한편 당 5-7분 정도 길이로 썼는데 지금은 2-3분 길이로 쓰는 것 같다. 전체 문단의 심미성이나 가독성은 덜할 수 있지만 그게 신경 쓰여서 글을 못쓰고 시간 보내는 것보다 나은 것 같다.


이것 역시 실험이니까!


브런치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나 역시 진지하고 간결한 분위기의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나의 하루 에너지 중 많은 부분을 여기 써버리면 내 에너지 분배가 깨져버린다. (처음에 어디로 블로그를 시작할지 고르는데만 몇 개월을 흘려버렸는지..!)


우리는 지속적인 삶을 꿈꾼다.

지속 가능한 생활처럼 나의 글쓰기도 지속 가능했으면 좋겠다. 띄어쓰기나 큰 문법만 틀리지 않고 논리의 비약을 심하게 하지 않는 이상, 인터넷에 내 생각을 남기는걸 두려워하지 않고 싶다. 칭찬이라 너무 신나지도, 비판이라 너무 주눅 들지 않고 수용할 건 수용하고 건강하게 교류하면서

온라인의 장점인 다양한 곳에서 나와 다른 경험을 했지만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계속해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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