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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PD Sep 03. 2018

유은혜 교육부장관 내정 철회 청원

정규직이 벼슬인 사회도 아니고



처음에 이 칼럼 제목을 잘못 보고 '유은혜 장관 내정을 반대하며'라고 읽었다... 아니 오찬호 선생이 왜!! 라고 끝까지 읽었는데 무슨 반전이 없길래(?) 다시 제목을 살펴봤다. 역시나 그럴 리가 없지




며칠 전 대학원 전공 재학생/졸업생이 모인 카톡방에 유은혜 교육부장관 내정 철회 청와대청원 링크가 올라왔다. 청원 내용을 읽어보니 기가 찼다. "피땀흘려 정규직이라는 결과를 얻은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밀어붙였다는 내용이 앞에 깔려있다. 


비정규직-정규직 전환 대상이 되는 기관들은 그동안 비정규직 없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었는가? 내가 정규직이 되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은 인정받아야 하고, 신분이야 어찌됐든 정규직인 당신과 함께 해당 기관의 업무를 해왔던 사람들의 시간과 노력은 무시해도 좋은가. 애초에 정규직으로 뽑았어야 할 자리를 사측이 비정규직으로 채우는 동안 당신들은/혹은 정규직인 당신들의 선배들은 무엇을 했는가. 이런 질문들이 꼬리를 문다.


또 이렇게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서로의 불행을 경쟁하며 싸우는 아사리판이 벌어졌다. 사실 정규직들은 대체 뭐가 불행한지 모르겠다. 비정규직으로 쉽게 취업할 걸, 정규직 되려고 들인 내 노력이 아깝다는 걸까. 당신이 정규직 되려고 취업준비하는 동안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사람들의 삶은 고달프지 않을까. 취업을 미루지 못하고 당장 돈을 벌어야 되는 형편의 사람에게 더 준비해서 정규직이 되지 그래? 라고 말할 수 있는 뻔뻔함을 다들 갖추고 있나. '공정한 경쟁으로 인한 사회정의'? 노동에 정당한 대가와 안정적인 신분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은 사회정의가 아닌지 궁금할 따름이다. 


출처: 연합뉴스


큰 흐름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찬성하는 교사들 중에서도 일부 사학을 중심으로 낙하산 기간제 교사가 들어왔는데 그 교사가 정규직이 되는 건 좀 그렇지 않느냐, 라는 문제제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었다. 그렇다면 일부 사례로 전체적인 흐름에 물을 탈 것이 아니라 학교법인 내에서 채용의 공정성을 요구하면서 싸워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수능 본지 한참이 지나도 수능점수에 집착하고 줄줄이 이어져 학과 간판, 학교 간판, 회사 간판, 정규직 간판에 집착하고 이렇게 정체된, 그래서 퇴행적인 가치규범을 가진 채 살아가는 인간들이 널린 건 대학이고 기업이고 사회고 새로운 가치를 고민할 수 있는 경험을 못주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문제의식 없이 당장 경쟁의 공정성에 집착하고, 수능 정시 비율을 20이니 30이니 따지고, 블라인드 채용을 말하고, 뭐 하나씩 생각하면 다 필요한 일이지만 구조는 그대로인데 땜빵만 해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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