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교육부장관 내정 철회 청원

정규직이 벼슬인 사회도 아니고

by 어쩌다 PD



처음에 이 칼럼 제목을 잘못 보고 '유은혜 장관 내정을 반대하며'라고 읽었다... 아니 오찬호 선생이 왜!! 라고 끝까지 읽었는데 무슨 반전이 없길래(?) 다시 제목을 살펴봤다. 역시나 그럴 리가 없지




며칠 전 대학원 전공 재학생/졸업생이 모인 카톡방에 유은혜 교육부장관 내정 철회 청와대청원 링크가 올라왔다. 청원 내용을 읽어보니 기가 찼다. "피땀흘려 정규직이라는 결과를 얻은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밀어붙였다는 내용이 앞에 깔려있다.


캡처.PNG

비정규직-정규직 전환 대상이 되는 기관들은 그동안 비정규직 없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었는가? 내가 정규직이 되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은 인정받아야 하고, 신분이야 어찌됐든 정규직인 당신과 함께 해당 기관의 업무를 해왔던 사람들의 시간과 노력은 무시해도 좋은가. 애초에 정규직으로 뽑았어야 할 자리를 사측이 비정규직으로 채우는 동안 당신들은/혹은 정규직인 당신들의 선배들은 무엇을 했는가. 이런 질문들이 꼬리를 문다.


또 이렇게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서로의 불행을 경쟁하며 싸우는 아사리판이 벌어졌다. 사실 정규직들은 대체 뭐가 불행한지 모르겠다. 비정규직으로 쉽게 취업할 걸, 정규직 되려고 들인 내 노력이 아깝다는 걸까. 당신이 정규직 되려고 취업준비하는 동안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사람들의 삶은 고달프지 않을까. 취업을 미루지 못하고 당장 돈을 벌어야 되는 형편의 사람에게 더 준비해서 정규직이 되지 그래? 라고 말할 수 있는 뻔뻔함을 다들 갖추고 있나. '공정한 경쟁으로 인한 사회정의'? 노동에 정당한 대가와 안정적인 신분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은 사회정의가 아닌지 궁금할 따름이다.


AKR20180320083900797_05_i.jpg 출처: 연합뉴스


큰 흐름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찬성하는 교사들 중에서도 일부 사학을 중심으로 낙하산 기간제 교사가 들어왔는데 그 교사가 정규직이 되는 건 좀 그렇지 않느냐, 라는 문제제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었다. 그렇다면 일부 사례로 전체적인 흐름에 물을 탈 것이 아니라 학교법인 내에서 채용의 공정성을 요구하면서 싸워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수능 본지 한참이 지나도 수능점수에 집착하고 줄줄이 이어져 학과 간판, 학교 간판, 회사 간판, 정규직 간판에 집착하고 이렇게 정체된, 그래서 퇴행적인 가치규범을 가진 채 살아가는 인간들이 널린 건 대학이고 기업이고 사회고 새로운 가치를 고민할 수 있는 경험을 못주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문제의식 없이 당장 경쟁의 공정성에 집착하고, 수능 정시 비율을 20이니 30이니 따지고, 블라인드 채용을 말하고, 뭐 하나씩 생각하면 다 필요한 일이지만 구조는 그대로인데 땜빵만 해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어떤 해석을 존중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