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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PD Jan 06. 2019

2018년의 영화들


일을 시작해도 일주일에 한 편은 영화 보고 살고 싶었는데, 대강 그 정도 목표는 이루었다. 총 59편. 좋은 영화들이 많았고, 안 봐도 좋았을 영화는 4편 밖에 없었으니 나름 영화농사 잘 지은, 성공적인 한 해




1. 2018년 BEST3



좋은 영화가 많았는데 굳이 베스트3를 꼽자면 이렇다. <더 포스트>는 메릴 스트립과 스필버그는 물론 각본을 쓴 리즈 한나에게도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는 명작. 편견과 구속에 부딪히는 치열한 삶 안에서 ‘위대한’ 결정을 내린 여성 언론인에게 오롯이 바친 찬사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오랜만에 감동적인 Crush 연애물. 물처럼 차갑고 투명하게, 때로는 끈적하게 스며드는 사랑의 감각을 기묘한 이미지와 사운드로 그려내고 있다. 관크 없는 영화관에서 다시 보고 싶은 영화. <쓰리 빌보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멱살 잡고 끌고 가는 영화. 처절한 비극과 고군분투 안에서 이야기에 기름을 칠하는 유머감각도 일품. 세 작품의 주인공인 메릴 스트립, 샐리 호킨스, 프란시스 맥도먼드(최고의 아카데미 수상소감!!)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 더 포스트

- 셰이프 오브 워터

- 쓰리 빌보드



2. 이게 실화냐



원래 다큐나 실화기반 영화를 좋아한다. 2017년 최고의 영화 중 하나는 <땐뽀걸즈>였고, 논픽션이 가지고 있는 힘은 창작자가 서사를 장악하는 픽션보다 큰 울림을 가질 때가 있다. <스코어: 영화음악의 모든 것>은 영화를 좋아하고, 음악도 좋아하고, 다큐도 좋아하는 나에게는 완벽한 작품. 특별히 덧붙일 말도 없다. <공동정범>은 완전히 다른 결의 이야기.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2019년은 용사참사 10주기가 되는 해이다. 몇 명이 죽었고 누가 감옥에 갔다더라, 는 사실 뒤에 어떤 갈등과 충돌, 그리고 고민이 있었는지 <공동정범>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드러낸다. 영화 제작 자체가 하나의 운동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이기도.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은 아녜스 바르다라는 감독의 삶 전체에 주목하게 만든 영화. 영화의 소재가 된 대형 인물사진 붙이기 프로젝트도 흥미롭지만 아녜스 바르다와 JR이라는 아티스트들의 퍼스널리티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점에서 좋은 ‘이야기’ 아닌지.


- 스코어: 영화 음악의 모든 것

- 공동정범

-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 두 개의 문

- 알파고

- B급 며느리

- 1991, 봄

- 폴란드로 간 아이들

-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

- 1987

- 또 하나의 약속
 - 순종

- 바나나쏭의 기적



3. 한국 영화, 정말 여성 캐릭터가 살릴지도



한국 영화에서 남자 검사나 경찰이 나오는 액션/범죄/정치물을 안본지 정말 오래됐다. 아무리 화제가 돼도 도무지 땡기질 않는데 그래서인지 올해 인상 깊게 본 한국영화들은 여성 캐릭터들이 빛나더라. <소공녀>의 미소가 내뿜는 담배연기와 정말 너무 맛있게 마시는 위스키 덕분에 나는 올해 위스키에 입문했다. 정말, 미소가 하얀 머리칼을 휘날리며 어디선가 잘 살아가고 있기를 지금도 바랄 정도. <미쓰백>은 많은 평론가들이 박수를 보낸 것처럼 한지민에게서 저런 얼굴/캐릭터를 발견하다니, 라는 매력이 있었다. 몇 년째 미루고 있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원래 명배우지만) 이정현이 장르영화로 들어가면 이런 파괴력을 보여줄 수 있구나 싶은 작품. 올해의 BEST3 영화가 전부 해외의, 여자배우 주연 작품들이었는데 한국 여배우들에게도 좀 더 다채로운 캐릭터, 입체적인(그래서 공감할 수 있는) 성격, 풍부한 이야기들이 주어졌으면 좋겠다. 그런 점에서 올해도 손예진 배우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 소공녀

-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 미쓰백

- 허스토리

- 리틀 포레스트(한국판)



4. 응원하고 싶은 그/녀들의 이야기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서사적 재미도, 충격적인 비주얼도, 엄청난 사회고발도 없지만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들. 스탠바이, 라는 단어의 감각을 바꿔버린 <스탠바이 웬디>는 영화 안에 담긴 모든 것이 사랑스러웠다. 성실한 손으로 충만한 삶의 감각과 흘러가는 시간을 잡아채는, 일상에서 예술이 가능하다 외치는 <패터슨>, 끊임없이 달려갈 무니의 삶을 응원하게 되는, 부디 그녀가 만날 무지개 끝의 문지기가 상냥했으면 바라게 되는 <플로리다 프로젝트>. 강렬한 인상으로 남지 않아도 마음 속 깊숙한 곳에 새겨지는 건 결국 이렇게 응원하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


- 스탠바이 웬디

- 패터슨

- 플로리다 프로젝트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 우리의 20세기

- 레이디 버드




5. 기대되는 다음 편, 혹은 그만 나와 줬으면



마블 영화들은 이제 그냥 봐야 되니까 보는 무슨 예비군 훈련 가는 느낌인데 어쨌든 안 보기도 그렇고 얼른 끝내버리고 싶고(?) 뭐 그렇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시퀄과 외전들이 모두 취향저격인데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도 마찬가지. <로그 원>만큼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 영화 보고 나면 로그원-에피소드4-5-6-7-8을 연달아 보고 싶어진다. 그 정도면 성공이지. <오션스8>은 올해의 액션(?)영화라 할만한데 뭔가 딱 다 좋다기보다는 더 나왔으면 좋겠다. 루와 데비의 프리퀄 안 만들어주나 모르겠네(어중간하게 산드라 블록과 사라 폴슨이 <버드 박스>에서 비극의 주인공들이 되어버렸는데 암튼). <패딩턴>은 개봉작인 2편을 보기 위해 1편부터 챙겨본 건데 와 둘다 정말 꿀잼에 따뜻하고 심지어 메시지까지 완벽. 3편도 이렇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그 외에 시리즈물을 보다 보면 이제 그만 나와 줬으면 싶은 느낌도 있는데 뭐.. 다음 편은 나을 수도 있으니까.


- 오션스8

- 한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 인크레더블2

- 패딩턴

- 패딩턴2

-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 앤트맨과 와스프

- 블랙팬서

- 피치 퍼펙트3

- 심야식당2

- 명탐정 코난: 제로의 집행인

- 나츠메 우인장: 세상과 연을 맺다



6. 분류하기 애매하지만 어쨌든 꿀잼



올해 최고의 애니메이션 영화는 <목소리의 형태>. 성장이 이렇게까지 아픈 일이어야 할까 싶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닿으려는, 나의 말을 전하고 상대의 말을 전해받고 싶다는 간절한 의지가 아름다운 것만은 분명하다. 쇼야가 마지막에 흘린 눈물은 부럽기까지 했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보는 내내 우와 우와 우와를 연발했다. 본격 서브컬쳐 추억팔이에 영화 자체의 서사는 단순명쾌, 그러면서도 거장답게 기술과 인간에 대한 나름의 통찰을 녹여낸 스필버그.. 역시 (끄덕끄덕). 노래가 좋았던 <보헤미안 랩소디>나 <코코>, 뒤늦게 챙겨본 <옥자>나 <리틀 포레스트> 일본판 시리즈도 일상을 살아갈 힘을 주는 작품들이었다.


- 목소리의 형태

- 레디 플레이어 원

- 보헤미안 랩소디

- 옥자

- 코코

-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 더 브레드위너

-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 리틀 포레스트2: 겨울과 봄

- 서치

- 버드박스



7. 고양이, 고양이, 그리고 고양이



무슨 말이 필요. 고양이인데.


- 산의 톰씨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고양이는 불러도 오지 않는다.



8. 굳이 안 봐도 상관없었을 거야


- 디빈: 여신들

-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예수는 역사다

- 우리의 계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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