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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PD May 29. 2019

밀레니얼을 가르치고 싶다면

가르치려 들지 마세요




대부분의 사람은 마음속 깊이 자기가 하는 일을 ‘잘’하고 싶어했다. 승진과 보너스 때문만도 아니었다. 생계를 위해 하는 일이지만, 기왕 하는 일, 그걸 잘하고 싶고 거기서 보람을 느끼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었다. 문제는 잘하는 방법을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대부분 사람들에겐 제대로 배울 사람이 없다. 있어도 그분은 너무 바쁘거나 관심이 없다. 한국 시스템에서 자라면서 누구에게서 정말 배웠다는 느낌을 갖는 행운을 가져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사회에 나온 뒤엔 더욱 그렇다.

-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정작 이 칼럼을 읽어야 될 사람은 안 읽고, 안 읽어도 될 사람들은 공감하고 열광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름 교육학을 전공해서인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교육, 정확히는 성장이라는 렌즈가 끼어있다. 학술적인 담론을 빌어오지 않더라도. 회사에서든 일상에서든 나를 자연스럽게 성장시켜주는 자극의 경험을 할 때면 즐겁고, 그런 경험을 나눌 수 있는 동료들과 있으면 행복하다. 반면에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에 둘러싸이면 답답함을 느낀다. 내가 교육학을 전공해서가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가지고 있는 욕망일 것이다.


어른이 사라진 시대라는 말이 나온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더이상 과거의 경험이 미래를 위한 학습에 예전만큼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시대인 것만은 분명하다. 내 경험 안에서도 멘토라는 존재는 찾기 어렵다. 내가 성장의 자극을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을 나눈 시니어들은 멘토와 멘티의 관계라기보다는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 나를 대할 때가 많았다. 같이 일을 하다보니 내가 자연스레 뭘 배운거지, 자 이제 널 가르쳐줄게 들어봐, 한다고 배우는 게 아니다.


밀레니얼과 일하는 법, 뭐 이런 얘기를 읽어본 부장님들이라고 해서 과연 밀레니얼과 일하는 게 쉬울까. 딱히 그럴 거라고 보지 않는다. 하급자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상사는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상사보다는 적극적으로 소통하자고 달려드는 상사일 확률이 높다. 진심으로 후배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고 싶다면 억지로 소통하자고 다가갈 것이 아니라 후배들이 먼저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매력을 가진, 쉽게 말해 롤모델이 될 수 있을 만한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게 나을 것이다. 이건 사실 밀레니얼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은 학습하는 동물이고, 자연스럽게 자신이 매력을 느끼는 무언가로부터 배우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불행 중 하나는
가르치려 드는 것과 가르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걸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일수록 대개 가르치려 들고, 진심으로 배움을 청하고 싶은 매력을 가진 이들은 대개 겸손하다. 그러다보니 꼰대의 잔소리는 부각되고 잠재적인 배움과 성장의 가능성은 가려지기도 한다.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나라도 망하지 않는 것 뿐이다. 학부 끄트머리였나, 몇몇 친구들과 꼰대가 되지 말자고 책상 앞에 써붙여놔야 된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깔깔대곤 했는데, 이젠 핸드폰 배경화면에라도 써놔야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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