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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PD Jul 18. 2019

반말보다 무서운 것

내 피해만 피해가 아니에요


MBC 손정은 아나운서의 글이 논란이다. 반말도 문제지만 내가 가장 끔찍하게 느낀 지점은 종종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입장도 이해하는 듯한 표현을 쓰면서 결과적으로는 부역자 프레임을 씌우는 서술 방식이다. 나 역시 MBC 파업을 지지했던 사람이고 당시 파업 참여자들이 받은 피해에 대한 치유와 보상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피해자 정체성이 다른 약자를 향한 연대의 기반이 아니라
다른 약자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얼마나 위험한가



말단 비정규직 아나운서들에게 친일파니 부역자니 하는 인식도 정말 소름끼친다. 만약 그들에게 부역자라는 평가가 온당하다면, 비정규직이 넘쳐나는 방송산업의 구조를 방관하고 있는 모든 방송사 정규직 노동자는 노동적폐라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나는 위 두 가지 주장 모두에 일말의 진실과 상당한 거짓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당시 파업에서 정규직과 함께 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끌어와 비판하는 것은 또 얼마나 편의적인가. 그 분들은 과연 파업 이후에 정규직 노동자들 만큼의 '치유와 보상'을 받았는지도 궁금하다.




실제로 아래 기사를 보면 2017년 파업 당시 MBC 아나운서국의 입장은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협박하는 사측이 문제라는 것이었다. 손정은 아나운서가 왜 이제와서 이런 글을 썼는지도 참 의문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업무/보상 시스템이 없는 건 어디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도 있다. 그래도 최소한 이번주에 직장내괴롭힘 방지법 시행된다며 신나게 직장갑질119에 연락해서 기사용 멘트든 프로그램 인터뷰든 부탁한 조직이라면, 자기 내부를 돌아보는 반성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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