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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PD Aug 04. 2019

성폭력이 쉬운 방법이라구요?

학술지가 일베 게시판이냐


날씨도 열불나는 마당에, 속까지 불타오르게 만드는 인간들이 있다. 성매매가 불법화돼서 성폭력 발생률이 높아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게 그냥 누가 일베에 싸지른 글이면 모르겠는데 무려 교수라는 분이 써서 형사정책연구원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다. 심지어 리뷰어 심사까지 통과했다고 한다. 


이 분의 주장을 정리하면 


1. 남성들은 쉬운 방법으로 욕구를 해소하려 한다. 

2. 그래서 그동안은 성매매를 했는데, 그게 금지되니 다른 쉬운 방법으로 성폭력을 저질렀다


이다. 


성폭력이나 성매매가
'쉽게 성욕을 해결하는 방법'인가? 


여성은 그냥 남성의 쉬운 성욕 해소를 위한 물건인가. 섹스돌(리얼돌) 판매가 개인의 사생활이고 나발이고를 떠나 문제인 이유도 여기 있다. 성폭력도 성매매도 모두 '사람에 대한 범죄'다. 기사를 보니 이 분은 진화심리학을 운운하며 동물적 습성이니 본능이니를 갖다 붙이는데 그건 결국 남성은 범죄를 저지르는 게 당연하다는 소리를 하는 것과 같다. 이렇게 끔찍한(!) 인식이 깔린 글을 논문이랍시고 실어준 리뷰어들은 대체 뭐하는 사람들인가.


만약 성폭력의 원인이 남성의 본능 때문이라면 위 아더 월드, 그러니까 국가별로 성범죄 통계에 큰 차이가 없어야 한다. 그럴 리가?


출처: Comparisons of Crime in OECD Countries (2012년)


이 논문의 저자라는 분은 도대체 성매매라는 현상에 대한 이해가 있는지 모르겠다. 배우자가 있으면 그 관계를 통해 성욕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배우자가 있는 남성 비율이 높으면 성폭력이 상대적으로 적게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그럼 배우자가 있으면 성매매를 덜할까? 2016년 성매매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성구매 경험 남성의 59.9%는 기혼, 34.6%가 미혼이었고, 이혼, 동거 등이 80.6%였다. 성구매 경험은 결혼 여부보다는 소득수준과 좀 더 관련이 있어보인다


SBS [마부작침] 2018 성매매 리포트 1부


이 분은 대체 왜 이런 글을 논문이랍시고 썼을까. “현실을 인정해야 성폭력 증가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답한다. 그 현실이란 무엇인가. 성매매가 금지되어 성폭력이 늘었다는 게 이 분 주장이다. 그럼 성폭력 증가를 줄이려면 성매매를 금지시키면 안되겠네? 공창제도 하잔 소리다. 공창제도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성범죄 실태는 어떨까.



뇌내망상도 주장이라고 꺼내놓을 수는 있는데, 논문이라면 근거의 합리성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 되지 않을까. 


논문 저자야 어떨지 몰라도 최소 리뷰어들은 반성문 쓰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선생님(들), 성욕은 집에서 혼자 해결하시는 게 가장 쉽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길입니다. 동물적 습성 때문에 본능적 욕구가 남아있어서 성매매를 하거나 성폭력을 저질러도 될 것 같은 한남 정체성은 그냥 혼자 가지고 사세요. 섹스돌 못잃어 하는 수준과 다를 바 없으니 일베에나 쓰시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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