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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PD Aug 27. 2019

조국 논란, 부적절한 여론조사?

방법론 논쟁은 엄밀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여론조사와 빅데이터를 함께 다루는 코너를 하고 있다. 오늘 방송에서 조국 후보자 논란을 다룰 예정인데, 어제오늘 사이 해당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도 문제가 제기됐다. 이러면 방송을 만드는 입장에선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조사학계에서는 ARS조사보다 응답률이 높은 전화조사원 방식의 신뢰도가 더 높다고 보지만, 전화조사의 경우엔 실제로 사람하고 대면하는 방식이다 보니 심리적 부담을 줘 숨는 유권자, 즉 샤이(shy) 지지층을 찾는 데는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이처럼 조사 기관마다 방법이 다른 것인데 서로 ‘내가 맞다’고 지적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고 했다."


내가 통계 전공자는 아니지만 RDD 샘플링이 낫냐 자체패널을 통한 이중 샘플링이 낫냐, ARS가 낫냐 면접조사가 낫냐 웹조사가 낫냐, 이게 조사의 성격에 따라 정답이 없는 문제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여론조사 업체가 뒤에서 다른 업체를 욕할 수는 있겠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신뢰도를 문제삼았다면 사실상 목에 칼을 들이댄 것이다. 심지어 리얼미터 권순정 본부장은 같은 내용으로 어제 저녁 다른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방송까지 했다. 한국리서치의 반론을 진행자가 읊어주자 권순정 본부장은 웃더라. 이 방송 전에 이미 한국리서치는 리얼미터에 공개토론을 제안한 상황이었다. 그에 응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방송을 하는 건, 다른 여론조사 업체 목에 칼을 들이댄 입장에서 책임감 있는 행동은 아니라고 본다.


어쨌든 오늘 우리 방송은 그대로 나갈 예정이다. 한국리서치가 내놓은 해명자료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다(파일첨부). 반면에 리얼미터는 오늘 이 시간(27일 13시)까지도 한국리서치의 공개토론 제안에 응하지 않고 있다. 한국리서치의 해명에 대한 재반박이 나오지 않는다면, 내가 리얼미터의 주장만 믿고 방송을 접을 이유가 없다.


(리얼미터와 부적절한 여론조사라는 단어의 조합에 대해선 할 말이 많지만 참는다. 다만 시간 여유가 있는 분들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여론조사 심의조치내역에서 각 여론조사 기관 이름들을 입력해보시라)




나는 한국리서치와 몇 달째 코너를 함께 만들고 있다. 방송제작진 입장에서 말하자면 한국리서치는 여론조사의 신뢰도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아서 문제다. 그냥 좀 재밌게 이것저것 소스가 다양하면 좋겠는데, 심층조사가 필요한 주제인 경우 ARS 조사는 근거자료로 포함시키지 않는다.


그리고 다각도로 분석한다. 그 무지막지했던 시사인의 20대 남성 기획을 진행한 것도 한국리서치였으며, 그 결과로부터 20대 남성이 아니라 20대 여성의 보팅파워를 의미화한 것도 한국리서치였다. 구상 당시의 기획과 별개로, 결과를 바탕으로 논리를 구성한다는 뜻이다.


여론조사가 흥미 위주로, 언론의 요깃거리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공론에 기여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강하다. (예컨대 어떤 특성이 질병이냐 아니냐를 여론조사 따위로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디 이번 논란도, 여론조사 업계 전반에서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해소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가서 원고 써야지.... 늦었다.....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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