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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PD Aug 27. 2019

조국 구하기, 정치혐오가 되지 않으려면

실드도 잘못 치면 팀킬하는 수가 있습니다


‘조국 구하기’에 나선 일부 여권 인사들은 기름을 부었다. 대중, 특히 청년층 분노의 근원을 들여다보기는커녕 궤변을 늘어놨다. 논문 제1저자 등재를 두고 “보편적 기회”(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현장실습 하고 ‘에세이’를 쓴 게 뭐가 문제냐”(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고 했다.

- 경향신문 김민아 칼럼 <조국, '계급'이라는 판도라 상자 열다>


나는 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에서 정말 문제적이었던 것은 후보자 당사자의 대응보다 여권 인사들의 대응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후보자가 직접, 빠르게 나섰더라면 이렇게 말 같지도 않은 소리들이 대서특필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예컨대 이런 입장을 냈다면 어땠을까.


"제가 살아온 세계, 저와 가족을 포함한 주변인들이 당연하게 누려온 것들이 결코 당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장학금과 인턴십은 물론, 전문 지식인들의 지도 하에 논문작성에 참여하는 교육의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과감하게 결과의 평등까지 말하기엔 정부여당의 개혁성이 미치지 못할테지만, 이 정도 얘기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형식논리로 보면 이건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할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적법한 일이었다'는 해명보다는, 그래도 믿어보자며 공감하는 사람이 늘어나지 않았을까.


정부여당의 주류와 열혈지지자들은 조국 후보자에 대한 반발심을 보수언론과 야당에 '놀아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을 적대시하는 언론과 정당의 논리에 공감하는 이들은 애초에 이 정권의 모든 게 싫었을테니 조국 후보자에게 실망할 일도 없다. 그럼에도 '조국 비판 = 꼴보수'로 규정하는 방식은 기성정치가 대변하지 못하는 시민의 파이를 키우고, 결과적으로 정치혐오만 조장할 뿐이다.


정치혐오로 이득을 보는 건 기득권이고, 정당구도로 보면 지금의 정부여당보단 반대쪽에 있는 세력이다. 과연 보수언론과 야당에게 놀아나는 것은 누구인가. 정치를 하려거든 반대편 세력만을 보지 마시고, 시민들을 바라보고, 다른 사회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보여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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