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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PD May 04. 2017

국가가 허락한 평생교육 #4

대학과 평생교육의 상호의존

글 순서


1. 통계로 나타나는 평생교육의 현실

2. 주요 평생교육 정책: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사업 분석

3. '인정'이 필요한 학습

4. 대학과 평생교육의 상호의존

5. 국가가 허락한 평생교육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또 다른 주요 사업들은 고등교육 분야에 걸쳐있다. 먼저, 평생학습중심대학 지원은 재직자 등 성인학습자들에 대한 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로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시작된 사업이다. 박근혜 정부 역시 출범 직후부터 “모든 국민이 쉽게 평생교육체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정책 추진이 필요”함을 강조하며, 선취업 후진학 활성화를 위한 유연한 체제 구축과 평생학습을 위한 대학의 역할을 당부했다. 구체적으로는 학령기 학생 정원을 성인학습자 정원으로 전환하거나, 재직자 특별전형을 확대하거나, 직장인들을 위해 야간이나 주말에 강의를 개설하는 등 성인친화적으로 대학을 운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평생학습중심대학 지원 (출처: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이화여대 사태로 전국민의 관심사가 되어버린 평생교육단과대학 역시 큰 틀에서 보면 다르지 않다. 다만 평생학습중심대학이 기존의 학사구조를 유지한 상태에서 운영방식의 변화를 유도했던 것과는 달리, 평생교육단과대학은 말 그대로 단과대학을 통째로 신설하는 사업이다. 대학의 학사행정 전체를 뒤흔드는 일이기에 제도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도입하고자 하는 대학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 오랜 시간의 토론이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급하게 추진된 것이 사실이다. 이화여대 사태의 여파가 있었다고는 하나, 평생교육단과대학 사업에 선정된 9개 대학은 2017년 수시모집 원서 집계 결과 0.76대 1의 경쟁률을 기록, 총 78개 학과 중 52개 학과의 지원자가 입학정원에 미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평생교육단과대학 (출처: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기존에도 대학은 평생교육원 운영이나 개별 학과 차원의 재직자특별전형을 통해 평생교육 기능을 수행해왔다. 그럼에도 평생학습중심대학이나 평생교육단과대학 사업이 굳이 요구되는 이유 중 하나는 더 이상 대학이 학령기 학생들만으로는 유지될 수 없기에 점차 성인을 위한 교육기관, 즉 ‘평생교육기관’으로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대학의 전체 입학정원은 50만 명 중반이다. 그런데 인구통계에 따르면 2013년 63만 명 수준이었던 고교졸업자 수는 2023년에는 40만 명 수준으로 떨어진다. 대학 정원이 유지되고 진학률이 지금의 70% 수준을 유지한다면 2023년에 한국의 대학들은 정원의 50%를 겨우 채울 수 있다. 교육부는 이런 통계를 근거로 부실대학을 정리하겠다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진행 중이고, 대학들은 가장 큰 수입원인 등록금의 손실을 메꾸기 위해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 선정, 정원감축 저지, 정원 외 재학생 확대, 수익사업 다각화, 산학협력을 통한 연구비 수주 등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평생교육단과대학은 말 그대로 노다지다. 선정된 대학은 올해 교육부로부터 30억 원의 지원금을 받고, 성인학습자 정원만큼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따른 입학정원 의무감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등록금 손실이 줄어든다. 이전부터 존재했던 재직자 특별전형은 정원외 재학생을 선발하는 것으로, 확대하면 할수록 등록금 수입이 증가한다. 굳이 평생교육단과대학 사업이 아니어도, 학령기 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마당에 교육이라는 상품을 팔아야 하는 대학 입장에서는 평생교육이 새로운 시장인 것이다. 


출처: US Line


대학의 입장이야 그렇다고 쳐도, 평생교육 정책을 주도하는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왜 이런 사업을 시행하는 것일까? 공식적인 취지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대학을 좀 더 열린 구조로 바꾸고, 성인학습자들 역시 대학에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학사지원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그 목적은 나무랄 데 없으며 해외에도 이미 유사한 제도의 운영사례가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제도 도입을 위한 연구가 충분히 수행됐는지는 의심스럽다. 입학지원 결과를 보면 수요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이 드러난다. 


출처: 아시아경제


이렇게 충분한 연구와 근거 없이도 국가에서 돈을 쏟아 부어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의 연계를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 절에서 살펴보았듯이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다른 사업들은 개인의 자발적이고 다채로운 학습경험보다는 타인에게 증명할 수 있는 배움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대학의 강의 역시 소위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쉬운’ 학습경험이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정책도 비슷한 흐름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작년부터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K-MOOC’이다. 무크(MOOC)는 온라인 공개강좌(Massive Open Online Course)의 약자로, 일반적으로는 온라인으로, 또 무료로 들을 수 있는 대학의 공개강의를 뜻한다. 2012년부터 유다시티, 코세라, 에덱스 등의 기업이 하버드, MIT, 스탠포드 등 미국의 소위 명문대에서 진행되는 강좌를 온라인으로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세계 전역으로 확대되어가는 추세이다. ‘K-MOOC’는 2015년 서비스가 개통되어 현재 20개 대학이 참여해 시범운영 중이다. 아직 도입 초기로 제도의 활용방안이 명확하지 않지만, 평생교육 정책에서 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기영화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원장은 지난 10월 열린 ‘아태지역 무크 전문가 회의’에서 “고등교육에 기반을 둔 평생학습의 저변이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K-MOOC 홈페이지 강좌선택 화면


이와 같이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고등교육 사업을 통해 드러나는 것은 대학과 평생교육의 상호의존이다. 대학은 평생교육을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삼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어렵고, 평생교육은 대학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공인된’ 학습경험의 풀을 확장할 수 없다. 물론 대학과 평생교육이 서로 의존하는 것 그 자체로는 문제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국가의 평생교육 정책이 학위, 자격, 고등교육 중심으로 추진되는 현실에 대해서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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