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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PD May 04. 2017

국가가 허락한 평생교육 #5

글 순서


1. 통계로 나타나는 평생교육의 현실

2. 주요 평생교육 정책: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사업 분석

3. '인정'이 필요한 학습

4. 대학과 평생교육의 상호의존

5. 국가가 허락한 평생교육



평생교육 담론은 학교교육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평생에 걸쳐 이뤄지는 가르침과 배움에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국가 주도로 이뤄지는 평생교육 정책은 가르침과 배움의 경험을 확장하기 보다는 학점, 자격, 학위, 대학 등 기존의 닫혀있는 학력체계를 오히려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평생학습자들에게 학점과 자격, 학위가 필요하고, 대학의 교육과정이 요구되는 이유는 배움의 경험을 가시화하고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이런 종류의 형식성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정책논리 안에서 교육은, ‘배움에 대한 증명’은 기업에게 “이 사람은 고용하기에 적합한 사람인가?”를 알려주는 지표로서 가장 유효하게 기능한다.



물론 취업은 중요하다.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자원이 필요하고, 자아실현에 있어서 노동이 가지는 의미도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고용문제는 노동자 한 명 한 명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안정적인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발생하는 것이다. 의자에 비해 사람이 많아서 모두가 앉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의자의 개수를 늘려야 한다. 다시 말해, 취업난은 고용노동부와 기업들이 일자리를 늘려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굳이 취업교육을 얼마나 많이 시키고, 취업률이 얼마나 높은지로 대학을 평가하고, 평생교육 정책의 방향 역시 취업에 도움이 되는 스펙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다. 의자 개수는 늘리지 않으면서 의자놀이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힘만 계속 기르라는 것이다. 그 와중에 의자놀이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배움의 기회는 점점 줄어만 간다. 다채로운 배움의 가치가 인정되기 보다는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을 기준으로 쓸모 있는 배움과 쓸모없는 배움이 구분되고, 쓸모없는 배움에 대한 배제의 논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은 한 사람이 품고 있는 다양한 정체성 중에 하나일 뿐이다. 나는 한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인 동시에 이 사회의 시민이며, 누군가의 친구이고, 가족이고, 특정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이 각각의 정체성마다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 태도를 익혀나가는 과정을 우리는 배움이라고 부른다. 지금까지 살펴본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주요 평생교육 정책은 평생학습자의 정체성을 불안정한 고용과 그에 따른 끊임없는 평가라는 살풍경에 노출된 노동자로 수렴시키고 있다. 철저하게 기업자본주의에 복무하는 정부기조가 교육정책에서도 나타나는 현실이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이 글에서 살펴본 정책들이 국가에서 주도하고 있는 몇몇 굵직한 사업들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의미 있는 실천은 항상 국가의 손이 닿지 않거나, 그 영향이 미미한 영역에서 싹트기 마련이다. 



이어지는 글
- 불안한 사회에서 흔들리며 삶의 방향잡기: 수원시 평생학습관 사례 (오늘의 교육 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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