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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PD May 04. 2017

평생교육 도서 큐레이션

평생교육의 문제의식을 이해하기 위하여


인터넷 서점에서 ‘평생교육’을 검색하면 거의 대부분 대학의 평생교육전공 교과서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학문으로서의 평생교육론을 구성하는 개념에 대한 이해라기보다는 평생교육담론이 던지는 ‘문제의식’이기에 일부러 전공 교과서 성격의 책들은 제외했다. 


학교 없는 사회

이반 일리히 씀, 박홍규 옮김, 생각의나무, 2009

“학교화된 학생들은 수업을 공부라고, 학년 상승을 교육이라고, 졸업장을 능력의 증거라고, 능변(能變)을 새로운 것을 말하는 능력이라고 혼동하게 된다.” 

이반 일리히는 일생에 걸쳐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을 수행해 왔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학교 없는 사회>는 공부라는 ‘가치’는 학교로, 신앙은 교회로, 존엄은 복지로 ‘제도화’되어 가면서 인간의 자율성이 점점 박탈당하고 제도를 통한 타율적 관리가 강화되는 사회의 문제를 드러낸다. 한글 번역서의 제목으로 인해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일리히의 핵심 주장은 학교라는 하나의 제도를 철폐하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학교화 되어 있는 사회를 탈학교화Deschooling하는 것이다. 학교라는 제도가 아니라 배움과 성장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다른 교육’을 상상함에 있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성인교육의 의미

에두아르드 린드만 씀, 김동진․강대중 옮김, 학이시습, 2013

“교육을 인생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보면, 교육은 피상적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교육이 곧 인생이다.” 

1926년에 출간된 이 책은 그전에 오직 실천의 영역에만 존재하던 평생교육의 의미를 체계적으로 정립하고자 한 최초의 시도이다. 린드만은 지성, 자기표현, 자유, 창조, 예술, 전문화 등 다양한 관점에서 교육의 의미를 탐색한다. 그가 굳이 성인교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교육을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준비의 과정으로 이해하던 지배적 담론에 저항하기 위해서였다. 무려 90년 전에 출간된 책이지만, 교육의 목적이 삶 전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는 문제의식은 이 각자도생과 자기계발의 시대에 던지는 날선 비판이자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



공부하는 사람들

더글라스 토마스․존 실리 브라운 씀, 송형호․손지선 옮김, 라이팅하우스, 2013

“다양한 사람들은 똑같은 방법으로 제시된 똑같은 정보를 받았을 때 다른 것을 배운다. 대부분의 교육과 학습 모형은 이러한 종류의 것에 대해 허용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교육은 문제의 원인을 없애는 데 집중한다: 바로 학생의 상상력” 

한국 사회에서 게임은 여러 모로 교육의 대척점에 서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들은 ‘교육의 적’인 게임의 세계에서 어떻게 새로운 배움의 문화가 형성되고 있는지를 매우 진지하게 다룬다. 정규 교육과정 바깥에서 자발적인 ‘학습공동체’가 만들어지고, 밀도 있는 관계 맺음과 상호적 배움이 이뤄지는 모습이 다소 낯설게 다가올지 모른다. 하지만 변화의 시작은 항상 낯선 법이다.



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

서동진 씀, 돌베개, 2009

“유연한 노동주체를 형성하는 것과 자율과 책임의 시민을 빚어내는 것, 그리고 자기계발하는 자유로운 개인이 되는 것은 서로 다른 사회적인 공간에서 서로 다른 시간의 궤도를 따라 진행되었지만, 또한 양자는 상호교차하며 서로를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움직이기도 했다.” 

저자는 한국 자본주의가 변화해온 역사를 추적하며, 권력의 욕망과 개인의 욕망이 서로 다른 궤도를 그리면서도 교차하고 포개지는 과정을 밀도 있게 분석한다. 한국사회에 등장한 ‘자기계발하는 자유로운 개인’은 인적자원개발과 인문학적 성장이라는 평생교육의 두 가지 흐름을 통합하는 주체성이다. 평생학습이 자율적인 자기계발로 상상되는 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로 추천한다.



존 듀이의 경험과 교육

엄태동 엮음, 원미사, 2001

“경험은 교육의 수단이자 목적이다”

듀이의 <경험과 교육>은 주로 아동과 교육, 그리고 학교에서 교사의 역할에 관한 논의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학습은 경험을 통해 이뤄지며 하나의 경험이 그 이후의 경험에 영향을 준다는 ‘경험의 계속성 원리’는 비단 아동과 학교교육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실제 현대의 주요 성인학습이론 중 하나인 ‘경험학습론’은 듀이의 경험교육 개념에 크게 빚지고 있다. 국가가 허락한 교육내용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 자신의 경험을 스스로 조직해가는 과정, 어떻게 보면 삶을 살아가는 과정 그 자체를 교육으로 보는 관점에서 <경험과 교육>을 읽는다면, 교육학 교과서에 ‘진보적 교육과정’으로 박제되어 있는 듀이가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학교는 시장이 아니다

마사 누스바움 씀, 우석영 옮김, 궁리, 2016

“경제성장을 위한 교육의 옹호자들은 교양·예술 교육을 단지 무시하는 것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그것을 두려워할 것이다.” 

법철학자이자 여성학자인 마사 누스바움은 이 책에서 전 세계적으로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성장주의 교육의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저자는 인문교양 교육이 가지는 의미를 펼쳐 보이는 과정에서 날카로운 주장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와 철학적인 질문까지 밀도 있게 녹여낸다. 평생교육 6대 영역 중 절반을 차지하는 문화예술교육, 시민참여교육, 인문교양교육 프로그램의 학습자 수를 전부 합쳐도 직업능력향상교육 프로그램의 학습자 수를 넘지 못하는 한국 사회가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들이 풍부하게 담겨있다.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지그문트 바우만 씀, 조은평․강지은 옮김, 동녘, 2012

“이와 같은 세계에서 배움이란, 영원히 파악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손에 쥐는 순간 곧바로 녹기 시작하는 대상들을 끊임없이 뒤쫓는 일일 수밖에 없다.” 

교육불가능 담론은 오늘날의 교육 문제가 학교라는 하나의 제도 안에서, 혹은 그 제도로 인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 자체가 교육을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고 있음을 선언하는 목소리였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이 에세이집은 (평생)교육이 지평으로 삼고 있는 우리 시대의 여러 단면들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고 모든 것이 불안정해지는 시대에 우리는 어떤 삶을, 어떤 교육을 기획할 것인가? 아니, 애초에 그런 ‘기획’이 가능할 수 있을까? 바우만은 낙관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와 그 사회를 지평으로 하는 우리네 인간들의 삶, 그 삶 속의 교육이 처한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할 때 비로소 그 다음 걸음에 대한 상상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교육 18호(2014년 1․2월)

교육공동체 벗 편집부 엮음, 교육공동체 벗, 2014

“이것은 왜 교육이 아니란 말인가”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들의 글로 꾸며진 《오늘의 교육 18호》는 쓸데없는 일로 치부 당했던 경험으로부터 어떤 성장의 반짝임을 얻었는지,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노동과 배움의 연결고리는 무엇인지에 대한 경쾌하면서도 묵직한 질문을 남기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야기 다발을 통해 펼쳐진 문제의식을 정리해주는 글이 필요하다면 바로 다음 호인 19호에 실린 리뷰 <이것은 교육이다>가 있다. 시간이 조금 더 있다면 《오늘의 교육》 13호부터 23호까지 약 2년에 걸쳐 진행된 <나는 왜 공부하는가> 연재도 읽어보길 추천한다. 다양한 삶의 배경을 가진 필자들이 스스로의 삶에서 공부가, 배움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풀어놓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평생교육의 관점에 친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교육》 과월호는 모두 교육공동체 벗 홈페이지)에서 PDF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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