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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PD Oct 25. 2019

정시냐 수시냐 지겨운 돌림노래

교육 이슈라곤 입시밖에 없는 시험공화국


정시 수시 논쟁 정말 지긋지긋하다. 소위 진보교육진영에선 수능이 강화되면 교육이 문제풀이식으로 귀결되고, 학종이 강화되면 교육이 다양해진다고 한다. 시험공화국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수능은 하나만 준비하면 되지만 학종은 온갖 걸 준비해야 하니 더 힘들다고 말한다.      




시험찬양러들은 그냥 한국 교육의 시계를 10년, 15년 전으로 돌리자는 것이다. 퇴행적이다. 수능형 시험으론 사람의 잠재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고소득층에게 유리하다는 통계도 많다. 그러다보니 수능 강화는 오히려 계급불평등을 강화할 수 있다, 형평에 맞지 않다, 이런 얘기들이 쭉 나온다.  


문제는 저소득층이라고 해서 학종을 더 지지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개인적으론 박터지는 스카이캐슬러들 제외하면 정시냐 수시냐가 그렇게 중요한가 싶다). 그러니 지지율이 급한 문재인 대통령이든 여당이든 대놓고 정시 늘리라고 교육부를 압박한다. 고소득층에게 유리한 건 유리한 거고, 저소득층도 그걸 원하잖아, 라는 단순하고 강한 논리다.      



이 다수결 논리 앞에 백날 했던 수능 vs 학종 구도로 토론해봐야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고 시간만 낭비다. 좀 새로운 프레임이 나왔으면 좋겠다. 


수능찬양러들은 객관식 시험이 공정하다는 소리만 할 게 아니라 교육의 형평성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이 시험공화국에서 교실이 수능에 종속되지 않게 할 방안은 무엇인지를 설명해야 하지 않나. 반대편의 학종주의자들은 다양한 교육이라는 순기능의 뒷면에 있는, 평가의 부담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방안을 제시했으면 좋겠다. (혹은 이 평가의 부담이라는 게 특정 지역이나 계층만의 문제라면, 그걸 짚어준다든가)




대학 서열이 완화되면 알아서 해소될 문제긴 하지만, 정치권이든 이해당사자들이든 그 방향에 쏟으면 좋을 에너지를 답도 없는 입시제도 뜯어 고치는데 쓰고 있다. 입시 가지고 이 난리를 친다는 건 평가, 정확히는 선발이 교육을 지배하고 있다는 뜻이다. 평가는 교육의 과정, 그러니까 현재의 상황을 파악해서 다음 단계를 준비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일제고사 역시 순기능이 있다고 본다) 즉,


평가의 목적이 교육이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교육의 목적이 평가다.


그러다보니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는 교육 이슈는 죄다 입시와 연관돼있다. 수능이니 학종이니 숙명여고니 등등 


이렇게 보면 소위 진보교육진영에서 ‘학종이 교육을 다양하게 만든다’고 주장하는 것은 요상한 타협물이다. 결국 입시제도에 교육이 종속되는 것은 똑같기 때문이다. 사실 교육의 다양화를 위한 평가는 교사별 자율평가 아닌가. 


물론 돌고 돌아서, 근본적인 해법은 대학서열완화이고 중간지대로는 입시에서 결과의 평등이고(지균, 기균 등) 또 다른 뭐가 있고 등등인데.. 전선은 항상 수시냐 정시냐의 대립선에 그인다. 이 구도에서 수능 확대 정시짱짱이라는 목소리를 이길 방법은 없어보인다.   


이 구도를 뒤집을 수 있는 새로운 프레임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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