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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PD Dec 09. 2019

택시가 밉다고
타다가 옳은 건 아니죠

억울한 점도 있겠습니다만


타다 '금지법' 논란을 보면서 왜 카카오를 비롯한 다른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들은 가만히 있나 싶었다. 그 궁금증을 풀어준 권순우 기자님 방송. (링크한 영상 34분쯤부터)



타다가 택시에 비해서 우월한 서비스인 것은 분명하다. 권 기자님 설명대로 지금의 택시산업은 '구조적으로 불친절할 수밖에 없다' 그 틈을 파고든 것이 '타다'이다. 타다가 혁신이라면, 호출 시스템 도입을 통한 배차 시스템, 기사 교육을 통한 서비스 품질 향상이다. 


타다의 주장은 정부가 택시 기사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이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택시업계 주장의 핵심은 유상운송서비스의 면허체계를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다. 그건 밥그릇 문제가 맞다. 그런데 불친절하고 뒤쳐져있다고 해서 개선하기 보단 바로 밥그릇을 뺏어버리는 것이 공화국의 운영원리에 맞는지는 의문이다. 그래서인지 표심을 의식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정부는 그 면허체계 안에서 타다 수준의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이런저런 규제 완화를 들고 나왔다. 그게 이미 몇 달 전이다.



내가 이해하는 선에서 정부가 면허체계를 건드리지 않는 이유는, 기존의 택시산업에 지나치게 강한 충격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기도 하고, 유상운송서비스의 총공급 규모를 관리하는 측면도 있다. 그런데 타다의 주장은 이 면허체계 바깥에서 사업을 하도록 두라는 것이다. 사실 타다가 혁신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이게 법적인 쟁점이다. 


그렇다면 타다의 '혁신'을 정부가 '가로막는' 것이 되려면, 면허체계 안에서는 타다 같은 서비스가 불가능해야 한다. 과연 그럴까? 카카오는 이미 면허를 사들이거나 택시 법인을 산하에 프랜차이즈화하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고객들이 타다에 열광하는, 친절한(불편하지 않은) 기사들의 고객 응대와 서비스 다양화가 면허 체계 안에서도 가능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걸 타다는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에게만 문을 열어주고 우리 같은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는 것이라는 식으로 얘기하고 있다. 실제로 시장에서 타다가 탈락해버린다면 타다의 아이디어를 카카오가 홀랑 가져가서 성공한 모델이 생길 수 있으니 억울한 점도 이해가 된다. 결국 타다가 택시업계의 적폐를 청산하고 장렬히 산화하는(?) 모양새가 돼버릴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게 마치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탈취처럼 비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오버다. 타다가 주장하는 혁신은 고유의 원천기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금방 베껴버릴 수 있는데다, 이윤 창출의 방식은 반노동적이다.(타다+근로기준법으로 검색해보시라). 어디를 봐도 타다가 주장하는 혁신은 시행령의 허점을 파고든 점(a.k.a. 꼼수)이지, 소위 4차 산업혁명시대에 유상운송서비스의 종사자들과 소비자들을 위한 근본적인 대안이라고 보기에는 미비한 점이 많다. 



결국 내가, 그리고 아마도 많은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택시든 타다든 유상운송서비스의 품질이 향상되는 것이다. 그 길로 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 타다가 아니라면, 굳이 1년 여에 걸친 사회적 논의 과정을 무시하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주세요, 라는 식으로 말하는 타다의 편에 설 이유가 무엇인가. 




* 심지어 타다는 수도권 서비스다. 여론조사 결과 이용해본 사람은 8%뿐이다. 이 이슈는 아무리 생각해도 소위 여론주도층의 목소리가 과잉대표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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