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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PD May 04. 2017

삶으로서의 공부 #4

내가 하고 싶은, 할 수 있는 이야기

글 순서


1. 겜돌이가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2. 스스로 일궈가는 공부

3. 지적 모험의 공간에서

4. 내가 하고 싶은, 할 수 있는 이야기



그저 달리기만 하기에는 우리의 삶도 너무나 아름다운 것이다. (…) 필요 이상으로 바쁘고, 필요 이상으로 일하고, 필요 이상으로 크고, 필요 이상으로 빠르고, 필요 이상으로 모으고, 필요 이상으로 몰려 있는 세계에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

- 박민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지금 한국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공부는 “그저 달리”는 일에 가까울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바라는 삼천포를 위해, 그 안의 진짜 인생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으로 공부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교육을 인생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보면, 교육은 피상적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교육이 곧 인생이다.”(에두아르드 린드만, 성인교육의 의미) 결국 삼천포는 달리기/공부의 종착점이라기보다는 달리는 길 위에서 만끽할 수 있는 아름다운 순간들이다. 나는 그 순간의 아름다움이 가지는 의미를 탐색하고, 공유하는 일을 하고 싶다. 


솔직히 나에게는 소위 좋은 연구자의 덕목이 부족한 편이다. 노는 걸 매우 좋아하고, 근면성실의 아이콘도 아니며, 인생을 걸고 밝혀내고 싶은 학문적 진리나 아주 성공적인 연구자가 되고 싶다는 야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공부는 이 불안의 시대에 다른 길로 빠지지 못하고 ‘학교’에 남게 된 내가 선택한 자기 계발의 한 경로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게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꼭 위대한 연구자가 되란 법도 없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글로 밥벌이를 하는 모든 작가들이 위대한 작가일 순 없다. 그렇다면 ‘위대한’이라는 수식어 자체가 무의미한 거니까. 세상엔 위대하진 않지만 제법 괜찮은 작가와 훌륭한 작가들 또한 존재하고, 아니 위대한 작가들은 정말 소수일 뿐 피라미드의 법칙처럼 훌륭한 작가와 제법 괜찮은 작가들이 훨씬 더 많으며, 그들의 글에 공감하고 위로받고 즐거워하는 독자들 또한 분명 있다.” 

 - 강세형(2013).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샘앤파커스. 233p


수많은 예술이 사랑에 대해 말해왔지요. 그렇게나 많은데, 나도 거기 한 개를 보태면서 드는 생각. 문학이란, 인간과 세상을 보는 관점을 보태주는 것이고 인간은 복잡한 존재이므로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점이란 많을수록 좋겠지

- 은희경 《생각의 일요일들》


공부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남들이 다 먼저, 그것도 나보다 잘 해놓았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돌곤 한다. 나도 동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대로 해놓은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나는 공부를 한다. 여전히 세상에는 빛을 보지 못하는 반짝이는 경험과 이야기가 있으며, 그 이야기들을 찾는 과정과 그 의미들을 담아내는 사회적 실천 속에 나 역시 춤출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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